MBC 수목드라마 ‘메디컬 탑팀’(극본 윤경아 연출 김도훈, 오현종)이 부진의 늪은 헤매고 있는 중이다. ‘하얀거탑’, ‘골든타임’ 등 걸쭉한 의학드라마를 성공시킨 바 있던 MBC의 야심작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이 드라마는 지난달 9일 첫 방송에서 7.3%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래 줄곧 시청률이 하락하며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초반부터 ‘메디컬 탑팀’은 방송되기 직전 종영한 KBS2TV 인기드라마 ‘굿닥터’와는 다른, 어른들의 의학드라마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달하며 시작했다. 때문에 ‘메디컬 탑팀’ 안에는 현실 의료 세계 속에 내제된 고민과 갈등, 병원 내 의사들의 정치 게임 등이 다뤄지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드라마는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 하지만, 실상 하나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보여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작은 사건들은 하나의 주제로 매력 있게 엮이지 못하고 내용을 더 산만하게 만들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일단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가는 두 축은 한승재(주지훈 분)-서주영(려원 분)과 박태신(권상우 분)의 갈등. 기본적으로 박태신은 환자의 생명이 먼저인 인물이고, 서주영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환자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한다. 그리고 한승재는 이것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사람으로 환자의 생명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박태신과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나 '메티컬 탑팀'은 이들의 이야기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지난달 31일 방송에서는 최아진(오연서 분)을 향해 애정을 드러내던 성우가 사고를 당한 첫사랑을 맞이했고, 장용섭(안내상 분)과 주영의 신경전, 신혜수(김영애 분)의 제안에 손을 잡는 한승재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어지럽게 펼쳐지며 산만함을 주고 있다.
또 애초 '탑팀'의 메리트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있다는 점이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모은 전문가들이 다 함께 보여줄 활약에 관심이 갈 터. 그러나 아직까지 '메디컬 탑팀' 식구들은 갈등만을 되풀이 하며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박태신의 성격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지난 5회 방송에서 태신은 환자가 급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허락도 없이 환자에게 지정되지 않은 약을 투여했다. 의학 '사극'이라면 감동을 줬을 장면이지만, 조그만한 실수에도 의료 사고가 날 수 있는 현대 의료계에서 박태신이 보인 행동은 문외한이 보더라도 충분히 위험해 보일만 했다. 이처럼 다소 과한 인물의 캐릭터 설정이 공감을 자아내지 못해 아쉽다는 평이다.
불리한 대진표 역시 '메디컬 탑팀'의 부진에 한 몫 했다. 이미 '굿닥터'가 한 차례 의학드라마로 사랑을 받은 상황에서 '메디컬 탑팀'은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만으로도 큰 기대감을 주기 어려웠다. 또 한참 앞서가고 있던 선발주자 KBS 2TV '비밀'은 색다른 구성 외에도 러브라인이 급전개되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고, SBS '상속자들'은 로맨스에 일가견이 있는 김은숙 작가와 20대 초반 스타들을 앞세워 청춘물로 인기를 끌고 있어 상대적으로 딱딱해 보이는 '메디컬 탑팀'에게는 관심이 덜 쏠릴 수 밖에 없다.
'메디컬 탑팀'은 이제 8회까지가 방송됐다. '메디컬 탑팀'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도 주·조연 할 것 없이 괜찮은 배우들을 모아 놓은 이 드라마가 의학드라마 특유의 쫄깃한 재미를 살려 선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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