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로 페넌트레이스에 진출해 2,3위팀을 연달아 꺾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뒷심이 모자라 12년 만의 우승에는 실패했으나 상처투성이가 된 가운데서도 디펜딩 챔프를 위협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두산 베어스의 2013 포스트시즌은 충분히 잘 싸웠고 또 분전했다.
두산은 1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2013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서 3-7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때 3승1패 우위까지 점했던 두산은 최종 전적 3승4패. 2001년 이후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제패에 실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이다.
페넌트레이스 동안 두꺼운 야수층을 갖추고도 계투난으로 인해 6위까지 떨어지는 등 곡절 많은 시즌을 보냈던 두산은 막판 선두권 경쟁까지 가담했으나 아쉽게 페넌트레이스 4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3위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전반적인 시각은 “선발급 롱릴리프와 좌완 계투가 없는 두산이 넥센에 열세”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첫 두 경기를 연이어 끝내기 패배로 내줄 때만해도 이 예상은 적중하는 듯 했다.

그러나 2패 수세로 몰린 가운데서도 선수들은 스스로를 다잡고 동료의 기를 높여주며 선수단 무형의 힘을 끌어올렸다. 넥센의 실수가 있기는 했으나 3차전을 연장 14회 5-4 승리로 마친 뒤 두산은 거짓말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4차전서는 이재우-데릭 핸킨스-더스틴 니퍼트의 호투와 최재훈의 결승 투런에 힘입어 2-1 신승을 거뒀고 5차전서는 유희관의 호투 속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 니퍼트가 박병호에게 동점 스리런을 허용했으나 결국 8-5 승리를 거두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서는 오히려 두산이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2차전서 레다메스 리즈의 호투에 묶이며 0-2로 패했으나 3차전서 임재철, 민병헌의 빼어난 홈 송구 덕택에 5-4 승리를 거뒀고 4차전 상대 마무리 봉중근을 무너뜨리며 5-1 승리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4차전에서 끝냈다는 것은 그나마 두산에게 사흘 휴식을 제공했으나 이미 9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만큼 체력 소모도 컸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서 두산은 상대를 벼랑까지 몰고 갔다. 대구 원정 2연전을 각각 7-2, 5-1로 승리하며 기세를 높였던 두산은 3차전서 2-3 석패를 당했으나 4차전서 선발 이재우의 5이닝 무실점, 핸킨스의 무실점 계투에 힘입어 2-1로 승리하며 전적을 3승1패로 만들었다. 체력은 떨어졌고 부상 선수도 속출했으나 경기감각과 분위기 상 두산의 우위가 점쳐졌다.
그러나 여력이 없어 두산은 결국 뜨거운 눈물을 뿌려야 했다. 6차전서 타선이 초중반 찬스를 확실히 해결하지 못했고 계투 부족으로 인해 선발 니퍼트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다 결국 6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홍성흔, 오재원, 이원석 세 명의 부상자를 안은 상황. 특히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동시에 두산 발야구 선봉 중 한 명인 오재원의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두산은 7차전도 3-7로 내주며 다 잡았던 우승 깃발을 잡지 못했다. 경기력과 작전 운용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했으나 이들은 가을 잔치 개막 후 총 16경기를 모두 뛰는 엄청난 투혼을 펼쳤다. 실제로 선수들은 극심한 피로로 경기 전에는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그라운드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투지를 불태웠다. 3차전서는 오재원이 햄스트링 부상에도 다리를 부여잡고 득점을 올린 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는 선수단의 투지를 불러 일으켰고 팬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다.
단순한 준우승이라고 표현하기는 두산 선수들의 투혼은 굉장히 값졌다.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다시 올라갔고 여세를 몰아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우승의 영광은 삼성 선수단에게 돌아갔으나 2013 포스트시즌의 두산도 충분히 위대한 선수단으로 평가받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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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