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7] ‘3승 후 3연패’ 두산, 왜 무너졌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1.01 21: 52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시리즈를 장악하고 우승을 확정지었어야 했다. 그러나 믿었던 에이스의 5차전 난조가 뼈아팠다. 그리고 좌완 계투 없는, 확실히 믿고 맡길 릴리프마저 얼마 없는 계투진 선수층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타선은 지난해 위력 없는 모습을 6차전에서 재현하며 우승 문턱에서 발이 꼬여 넘어졌다. 페넌트레이스 4위로 첫 한국시리즈 제패라는 역사에 도전했던 두산 베어스는 결국 무릎을 꿇고 성공률 0% 벽 앞에 울었다.
두산은 1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서 6회말 이원석의 악송구로 비롯된 결승 2득점 등을 비롯 대거 6회서만 5점을 내주며 결국 3-7로 패했다. 시리즈 3승1패까지 우세를 점하기도 했던 두산은 결국 5~7차전을 모두 내주며 시리즈 전적 3승4패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프로야구 역사 상 페넌트레이스 4위의 한국시리즈 제패 성공률은 여전히 0%다.
올해 두산의 포스트시즌은 말 그대로 천신만고였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서 2패를 먼저 당한 뒤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넥센과 혈전을 치른 두산은 2위 LG를 3승1패로 누르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여세를 몰고 갔다. 플레이오프를 4차전에서 끝낸 덕분에 휴식기도 알맞게 주어졌고 경기 감각도 크게 잃지 않은 상태에서 대구 원정 2연전을 각각 7-2, 5-1로 쓸어담았다.

3차전을 2-3으로 패하기는 했으나 0-3까지 몰렸다가 7회 2점을 만회하며 추격했다는 점에서 이 패배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4차전서 선발 이재우-계투 데릭 핸킨스의 연속 무실점이 이어지며 2-1 신승을 거두고 우승까지 단 1승을 남겨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두산의 기세는 말 그대로 대단했다. 체력적인 약점, 그리고 홍성흔-오재원-이원석의 잇단 부상을 안고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선수단의 체력 소모와 주축 야수들의 부상을 감안하면 두산은 최대한 시리즈를 빨리 끝냈어야 했다. 그러나 10월29일 잠실 5차전서 믿었던 선발 노경은이 1회 5연타로 3실점하는 등 5이닝 8피안타 2피홈런 5실점으로 경기를 만들지 못한 것이 컸다. 4번 타자로 나선 최준석이 2홈런을 때려내며 분전했으나 결국 경기를 지배하지 못하고 팽팽하게 넘어간 채 계투에게 공이 넘어갔고 윤명준의 뒤를 이은 정재훈이 박한이에게 결승 2타점 우전 안타를 내주며 5-7로 패했다.
잠실 3연전을 치르며 두산 선수단은 “절대 대구로 내려가지 말자”라고 각오를 다졌다. 5차전을 패하며 대구로 가게 되었으나 3승2패로 두산이 아직 우세했던 상황. 그러나 6차전 14잔루 속에서 2-6으로 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2회 2사 만루서 김현수의 좌익수 파울플라이, 그리고 3회 무사 2,3루서 손시헌의 초구 3루 땅볼에 이은 1사 만루서 최재훈의 병살타는 연속 잔루 만루 무득점은 쓰러져가던 삼성 투수진을 살려줬다. 2012년 적당한 타율과 최소 삼진으로 허울만 좋았던, 1~2구 병살과 어이없는 범타로 일관하던 지난해 두산 타선과 같았다.
여기에 좌완 계투 없는, 그리고 믿을 만한 계투가 데릭 핸킨스, 윤명준 정도에 불과했던 점도 발목을 잡았다. 6차전 중후반. 두산은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그대로 끌고 갔다. 타선의 답답한 공격력 속 분투하던 니퍼트는 결국 6회 채태인에게 역전 결승 투런을 내준 데 이어 7회 박한이에게 쐐기 스리런까지 내주며 졸지에 6실점 투수가 되고 말았다. 기록은 안 좋았으나 두산 타선이 좀 더 던지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더라면 니퍼트가 고개를 떨굴 일은 없었다.
체력 소모가 컸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선수들은 다들 경기만 돌입하면 ‘괜찮다’라며 나섰고 크고 작은 부상 속에서도 분투했으나 쌓여가는 피로도는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동시에 빠른 발을 지닌 오재원의 3차전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오재원의 결장으로 인해 두산은 중하위 타순에 발 빠른 타자를 배치해 공격 활로를 한 번 더 뚫을 수 있는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 6차전서는 3~6번 타순이, 7차전에서는 2~7번 타순이 모두 발이 느린 편인 타자들로 구성되어야 했다.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 것만으로 두산의 우승 실패의 이유를 돌릴 수 없다. 애초 두산은 시즌 후반기부터 좌완 계투 없이 선발 유희관으로 돌려막는 전략을 썼다. 유희관이 선발로 정착하면서 두산은 왼손 없이 계투진을 구축해 상위팀들과 싸워야 했는데 안정감에서도 타 팀 계투들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나마 윤명준이 제 풀에 지치지 않고 자신있게 공을 던진 것과 핸킨스가 7차전 대량실점 이전까지 잘 던져준 것이 컸다.
선발의 분투, 야수진의 분전 속 좌완 계투 없이 두산은 어떻게든 버텨야 했으나 결국 막판 힘이 떨어졌다. 잘 싸운 것은 분명하지만 빨리 끝내지 못한 것은 결국 두산의 발목을 잡고 고지 바로 앞에서 눈을 감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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