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떠난 2명은 LG에 '가을야구 DNA'를 이식했고, LG에서 팀을 옮긴 2명은 삼성의 통합 3연패에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삼성은 1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7-3으로 승리를 거두고 기적과도 같은 우승을 일궈냈다. 1승 3패로 벼랑에 몰렸던 삼성은 사상 최초로 역전 우승에 성공, 7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특히 김태완과 정병곤은 주전 내야수였던 조동찬과 김상수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하지만 두 팀의 결정은 2013 한국 프로야구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먼저 효과를 본 쪽은 LG다. 현재윤은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가 많았지만 53경기에 출전하면서 LG 포수진에 경험을 전수했다. 현재윤의 전수 덕분에 윤요섭은 LG 주전포수로 도약할 수 있었다. 또한 손주인은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면서 센터라인 강화에 힘을 보탰다.

LG가 이적생의 활약으로 11년 만에 가을야구 티켓을 확정지은 반면 삼성으로 팀을 옮긴 선수들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선수층이 두터운 삼성에서 김태완과 정병곤은 내야 백업요원으로 인식됐다. 그나마 조동찬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김태완이 메우면서 출전 경기수를 늘려갔을 뿐이다.
트레이드 득실이 LG 쪽으로 기운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김태완과 정병곤은 한국시리즈 활약으로 그러한 인식을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재활에 박차를 가하던 조동찬의 한국시리즈 복귀가 무산되면서 김태완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한국시리즈에서 시작하게 됐다. 게다가 정병곤은 주전 유격수인 김상수가 시즌 막판 수술을 받게 되면서 그 자리를 채우는 중책을 맡았다.

가을야구 경험이 일천한 김태완과 정병곤이었지만 큰 실수없이 삼성의 통합 3연패를 뒤에서 도왔다. 김태완은 타율 2할9푼6리(27타수 8안타) 2타점을 기록, 2번과 6번 타순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고 안정적인 수비까지 보여줬다.
정병곤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비록 최종 7차전에서 실점의 빌미가 된 실책 1개를 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좋은 수비를 펼쳤다. 또한 시리즈 내내 안타 2개에 그쳤지만 모두 결정적인 안타였다. 5차전에서 나온 버스터 안타는 삼성의 승리에 결정적인 한 방이 됐고, 7차전에서는 2-2로 맞선 6회 선두타자로 나와 핸킨스를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가 5득점의 물꼬를 텄다.
'삼성이 손해를 본 트레이드였다'는 사람들의 말에 남몰래 속앓이를 했을 김태완과 정병곤은 한국시리즈에서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트레이드 후 11개월이 지난 지금, 삼성과 LG의 트레이드가 '윈윈'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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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