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이르지 못했던 고지에 삼성 라이온즈가 올라섰다. 누구를 최우수선수(MVP)로 뽑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고른 활약이 이어졌고 이는 대역전극과 통합 3연패라는 값진 성과의 발판이 됐다.
삼성은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2-2로 맞선 6회 대거 5점을 내며 흐름을 완전히 가져온 끝에 7-3으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에서 1승3패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삼성은 5차전부터 7차전까지 내리 세 판을 싹쓸이하며 극적인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삼성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첫 통합 3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특출난 선수 하나가 아닌, 여러 선수들이 수훈 선수였다. 우선 마운드에서는 삼성의 강점으로 손꼽혔던 불펜의 분전이 역시 도드라졌다. 차우찬 안지만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들이 체력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걸음만을 남겨둔 두산을 붙잡았다.

팬들의 심장을 가장 찌릿하게 한 투수는 역시 차우찬과 오승환이었다. 차우찬은 2차전에서 릭 밴덴헐크의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서 1⅔이닝 1실점을 한 것에 이어 3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했다. 그리고 4차전에서는 선발 배영수에 이어 조기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 호투했고 이틀을 쉬고 6차전에도 나서 2⅓이닝 1실점, 도망가려던 두산을 끝까지 붙들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차우찬은 7차전에도 나서는 투혼을 발휘했다. 5경기 평균자책점 1.42라는 표면적 성적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오승환도 팀의 마지막을 든든하게 지켰다. 2차전에서 4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는 투혼을 발휘했던 오승환은 팀이 승리한 3·5·6차전에서 모두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며 세이브를 챙겼다. 7차전에서는 점수차 탓에 세이브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9회 등판해 역시 팀의 통합 3연패를 확정짓는 감격적인 순간에 함께 했다. 오승환까지 가는 징검다리 몫을 잘 수행한 안지만 심창민, 불펜 등판을 마다하지 않았던 릭 밴덴헐크도 혼신의 힘을 다해 팀을 뒤에서 밀었다. 비교적 부진했던 선발진에서는 3차전 귀중한 승리를 따냈고 7차전 초반 대등한 경기의 발판을 놓은 장원삼이 가장 좋은 활약을 했다.
타선에서는 통산 한국시리즈에서 2할4푼8리로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던 박한이가 대폭발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5차전에서 결승타를 쳤던 박한이는 6차전에서 쐐기 3점포를 터뜨리며 환호했고 7차전에서도 5타수 3안타 3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놓은 선수로 기억됐다. 타율은 아주 높지 않았으나 6타점을 올리며 박석민과 함께 최다 타점을 올렸다. 그 외 5·6차전에서 홈런을 쳤던 채태인도 타율 3할4푼5리로 맹활약했고 박석민 최형우도 중심타선에서 분전했다.
숨은 공신도 있었다. 김상수 조동찬의 부상 공백을 수비적인 측면에서 거의 완벽하게 메운 정병곤 김태완은 삼성이 무너지지 않았던 하나의 원동력을 제공했다. 단기전에서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선수의 활약은 기록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6·7차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 진갑용도 두산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리드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모든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삼성의 통합 3연패의 초석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