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4위 팀 두산이 끝내 한국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했다. 두산의 두꺼운 선수층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겨냥했지만 삼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정규리그 우승 팀은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력뿐만 아니라 3주 정도의 휴식을 취하며 체력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두산도 결국 한국시리즈 시스템을 이기지 못했다.
숫자로 나타나는 통계도 그랬다. 프로야구 통산 정규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확률은 86.4%다. 2000년 이후로는 그 확률이 92.3%에 달했다. 정규리그 우승팀은 사실상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다른 팀이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두산은 이 공식을 비웃는 듯 보였다. 플레이오프까지는 그랬다. 두산은 주전과 주전 아닌 선수들이 가리지 않고 고른 전력을 발휘한 끝에 넥센과 LG를 잇따라 꺾었다. 넥센에 2연패했지만 3연승 후 기적같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LG마저 꺾었다. 또 한국시리즈에서 한 때 3승 1패로 앞섰지만 끝내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두산도 결국 프로야구 통산 정규리그 4위 팀이 우승에 도전했던 한 팀으로 남게 됐다. 이른바 ‘화수분’ 야구로 우승을 노렸지만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두산의 야구는 무시무시했다. 포수는 기존 양의지 외에 최재훈이 등장했다. 최재훈은 줄곧 주전으로 나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지배했다. 강력한 블로킹과 도루 저지 능력을 뽐냈다.
내야와 외야 모두 두꺼웠다. 내야에는 오재원과 김재호 이원석이 플레이오프까지 주전을 봤다. 하지만 이후 체력적 고갈과 부상 등으로 손시헌과 허경민 등이 출전했다. 모자람 없이 야수 간의 호흡은 흔들림이 없었다. 1루에는 최준석과 오재일이 버티고 있었다.
외야에는 이종욱과 김현수 정수빈 등이 있었다. 정규리그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민병헌이 부진했지만 정수빈이 있었다. 정수빈은 기습 번트와 도전적인 주루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현수가 부상으로 결장했을 때는 베테랑 임재철이 그 자리를 메웠다.
두산은 졌지만 두산의 선수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선수들이 또 다른 선수들의 자리를 메우며 포스트시즌 16경기를 치렀다. 갈수록 체력은 고갈됐지만 경기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두산의 화수분 야구가 충분히 빛난 포스트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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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