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흔들릴 때, 끝판대장은 항상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통합 3연패를 확정짓는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오승환(31, 삼성)이 철벽의 이미지를 재과시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삼성은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2-2로 맞선 6회 대거 5득점을 하며 사실상 경기의 쐐기를 박은 끝에 7-3으로 이겼다.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밀려 3연패 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던 삼성이었지만 역시 저력을 과시한 끝에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오승환이라는 확실한 마무리는 그 저력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
두산이 마무리를 놓고 고민한 것에 비해 삼성은 걱정이 없었다. 마무리 오승환의 등판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과제였던 이번 한국시리즈였다. 오승환의 직구는 체력적으로 지친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오승환은 세 번의 세이브를 따내며 두산의 추격을 꽁꽁 봉쇄했고 마지막 7차전에서도 9회 마운드에 올라 통합 3연패를 자신의 손으로 확정지었다.

위기도 있었다. 2차전에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팀 타선이 연장전에서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 탓에 4이닝 동안 무려 53개의 공을 던졌다. 마무리로서는 많은 투구수였고 오재일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맞으며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3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5차전과 6차전에서도 팀의 리드를 지켰다. 오승환이라는 마무리가 있었기에 삼성도 좀 더 편하게 불펜 요원들을 조기에 쏟아부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한국시리즈였다. 이번 한국시리즈 돌입 전까지 구대성(전 한화)과 포스트시즌 통산 세이브 공동 1위였던 오승환은 3개의 세이브를 추가해 당분간은 따라올 자가 없는 기록에 올라섰다. 여기에 올 시즌을 끝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 중인 오승환이다.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마지막 순간 팀과 값진 선물을 주고받은 셈이 됐다. 오승환의 철벽 이미지가 더 굳어진 2013년 한국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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