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체인 CGV와 롯데 시네마의 기싸움이 선을 넘어서고 있다. 자기네 영화 밀어주기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관객 편의는 뒷전이다. 지금 대한민국 멀티플렉스 경쟁에서만큼은 고래(CGV, 롯데) 싸움에 새우(관객) 등이 터지고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일까.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서로 피와 살을 깎아가며 가격할인 경쟁을 벌일 때, 그래도 소비자는 살짝이나마 미소짓는다. 어차피 서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배 채워서 덩치를 키운 재벌그룹 계열 대형마트들 아닌가. 서로 손님 끌겠다고 피 터지게 싸우다가 소비자에게 조금이나마 단물을 흘려주는 형국이니 웃을 법도 하다.
하지만 CGV와 롯데 시네마의 싸움은 롯데마트와 이마트 대결과는 상황이 다르다. 관객에게 오히려 피해가 가는 때문이다. 1일 현재 한국영화관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박스오피스 1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토르:다크 월드'다. 지난 달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31일 하룻동안 14만5894명을 동원해 매출 점유율 37.7%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는 지난달 17일 개봉한 '그래비티'로 새로운 SF영화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든는 할리우드 대작이다. '그래비티'는 이날 6만8239명을 동원 2위로 처졌지만 누적 관객수 200만명을 넘어서며 롱런가도에 들어섰다.
자! 주말이다. 이제 관객들은 어느 영화를 볼지 고민하다 인터넷에서 각자 집에서 가까운 상영관을 찾아 예매에 나선다. 상영관이 많게는 십 수개에 달하는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수두룩하니까 극장 선택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예단은 금물이다.
한 마디로, CGV에 '토르' 없고 롯데 시네마에 '그래비티' 안 보인다. 체면치레로 한 두 관에 겨우 걸어놓은 지점도 보이지만 그나마 사이드관에 퐁당퐁당 상영이기 일쑤다. 그러니 영화팬들은 여기서 강요 아닌 강요를 받게된다. '토르'를 보려면 롯데 시네마를 가든지 아니면 CGV 가서 '그래비티' 관람하라는 식이다.
롯데와 CGV가 이처럼 관객을 무시하고 오만방자한 둘 만의 치고받기에 나설수 있는 배경은 국내 스크린수를 거의 과점하다시피 한 이 둘의 우월한 지위에 있다. 여기에 투자와 배급, 그리고 제작까지를 거의 한 집에서 다 해내는 구도가 되면서 이 둘의 수퍼갑 파워는 더 세지는 중이다.
'토르'와 '그래비티'같은 외화는 오히려 약과다. 양 사가 투자와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한국영화 대작에 이르면 상대를 향한 견제와 펀치의 강도는 장난이 아니다. 이미 이 둘의 싸움에 영화인들이 어디에 붙어야될 지 몸을 사린 지 오래다.
'죽느냐 사느냐' 햄릿처럼, 영화팬들도 이제 알아서 줄을 서야될 판이다. 어느 영화를 볼 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게 아니고, CGV를 갈지 롯데를 갈지 선택을 해야한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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