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도사' 석진욱(37)이 14년 간의 선수생활을 접었다.
석진욱은 2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남자부 개막전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이후 14년 동안 팀이 77연승과 V7 신화를 일구는데 이바지한 석진욱은 이날 자신의 스승인 신치용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적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돌도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석진욱은 14년의 선수생활 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번번이 코트로 돌아온 정신력의 소유자다. '코트의 여우' 신치용 감독이 "석진욱이 나이들고 아파도 리시브 하나만으로도 우리 팀에서는 뺄 수 없는 선수다"라고 칭찬을 아기지 않은데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석진욱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고심을 계속하다 결국 선수생활 은퇴를 결심했다.

행보도 정해졌다. 함께 뛰었던 김세진 감독과 함께 신생팀 러시앤캐시에서 새 출발을 하기로 했다. 보직은 수석코치. 정들었던 팀과 올 시즌부터는 경쟁상대로 다시 만나게 됐다. 본격적인 맞대결을 앞두고, 14년간 몸담은 팀의 코트 위에서 은퇴식을 치른 석진욱은 행복해보였다.
석진욱은 "행복했다. 최고의 감독님 밑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했다"며 자신의 선수생활을 돌이켰다. 하지만 눈물은 없었다. 석진욱은 그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미련이 없다"고. 선수생활 연장의 기로에 선 지난 시즌, 무릎부상으로 인해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계속 뛰면서 보낸 시간이 결심을 재촉했다. 석진욱은 "너무 많이 아파서 미련이 없더라. 그 정도로 많이 아팠다"며 웃었다.
"은퇴식 하면서도 괜찮았는데 신 감독님께서 '수고했다' 하시니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고 덧붙인 석진욱은 "10일 경기에서 삼성화재와 만난다. 빨리 붙고 싶다. 빨리 붙어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미소를 보였다. "선수들이 손발을 맞춘지 얼마 안됐는데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 간단한 것부터 열심히 훈련시키고 있는데 다들 잘 받아들인다"며 선수들에 대한 뿌듯함을 전하는 모습이 어엿한 수석코치의 모습이다.
'돌도사' 석진욱의 선수생활 14년은 이날 공식적으로 마감됐다. 하지만 석진욱에게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결승선과 같은 것이었다. "오늘도 팀 훈련이 있다. 그런데 (김세진 감독이)너 없어도 된다, 하더라. 올라갈지 말지 고민이다"라며 활짝 웃는 석진욱의 모습은 코트 위에서만큼이나 활기차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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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