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응답' 정우는 완소남? 아니죠, 옴므파탈이죠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11.03 07: 47

이럴 순 없다. 얼굴은 '개판'으로 생기고 툭하면 소지품을 흘리고 다니며 썩은 우유도 맛을 모르고 벌컥 벌컥 들이키는 쓰레기가 이렇게 매력적일 순 없는 거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정우 분)가 여심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여자 동기로부터 "얼굴은 개판인데 왜 만날 1등이냐"는 소리를 듣고 하숙집에선 허당 기질 충만한 이 남자가 성나정(고아라 분)은 물론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뒤흔들었다. 무심한 척, 무뚝뚝한 표현이지만 그 속엔 누구보다 따뜻한 애정과 배려가 담겼다. 성나정과 과자 하나를 두고 쌈질을 하고 툭하며 잔소리에 핀잔을 던지지만 성나정의 오빠 기일에 추억이 담긴 물개 인형을 조용히 선물하고 성나정 모친 일화(이일화 분)의 갱년기 증상까지 마음에 담는 속 깊은 남자다.
표현이 투박하고 서툴고 억세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을 알기에 시청자들은 쓰레기에 열광하는 중이다. 찌질하고 못난 반편이 같다가도 학교에만 가면 수석을 놓치지 않는 수재인데다 축구도 잘해서 여자 후배들 사이 선망의 대상이다. 십 수 년간 가족처럼 지내던 나정은 스무 살이 되고서야 오빠 쓰레기의 매력을 알아챘다. 이제 부끄럽고 수줍은 짝사랑이 고개를 든 참이다.

2일 방송된 '응답하라 1994' 5회에는 쓰레기를 향해 깊어가는 나정의 마음과 나정과 칠봉이(유연석 분)의 관계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쓰레기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나정이 아끼는 마시멜로우 간식을 몰래 훔쳐 먹는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쓰레기지만 나정이 원하는 것, 나정이 싫어하는 것 그리고 나정이 힘든 것에 대해 늘 고민하며 수호천사 노릇을 하는 그에게 반하지 않을 여심은 없을 정도.
이쯤 되면 훈남 아닌 옴므파탈이다. 나정의 짝사랑은 모른 채, 나정의 고백조차 만우절 장난으로 받아들인 채 그저 동생 챙기듯, 하지만 두근거리는 손길로 다가가는 쓰레기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야속하기 짝이 없다. 이제는 좀 알아줘도 좋으련만 남매처럼 지낸 십 수 년의 세월이 벽이 된 걸까, 쓰레기는 나정에게 남자이기보다 아직은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다.
'옴므파탈', 사전적 정의상 치명적인 매력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남성을 일컫는 이 단어는 착하고 순진하고 모자란(?) 쓰레기에게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나 적어도 나정의 마음은 모른 채 자꾸만 매력적으로 다가선다는 점에서 어쩌면 어울리는 수식어다.
'응답하라 1994' 측은 나정의 남편 찾기를 주요 스토리로 삼으며 방송 5회에 접어들도록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쓰레기의 범상치 않은 매력이 나정을 흔드는 가운데 칠봉이의 짝사랑, 그리고 나정을 향한 키스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미래의(2013년 현재) 나정 남편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극중 쓰레기의 캐릭터와 행태가 많은 여성들의 심장을 어택하며 섹시한 매력까지 발휘하고 있다는 것. 더럽고 어딘가 모자란 쓰레기지만 나정은 물론 이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마저 숨죽이게 하는 마력이 '응답하라 1994'에 중독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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