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유일하게 중심을 잡는 인물, 장용의 늘어만가는 주름살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매회 상상 이상의 전개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도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는 '마약 같은' 드라마, '왕가네'에서는 사업 실패로 처가살이를 하게 된 첫째 사위 고민중(조성하 분)이 진상 고객들의 등쌀과 장모 앙금(김해숙 분)의 눈칫밥에 눈에 띄게 체중이 줄고 있다.
민중은 슈트를 잘 차려입고 두둑한 지갑으로 중후함을 발산했지만 그것도 잠시, 사업이 망한 후 처가살이를 하면서 걸신이 들린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그는 고객에게 도둑으로까지 몰렸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마저 꺾을 수는 없어 한숨만 내쉰다.

둘째 사위 허세달(오만석 분)은 더하다. 세달은 1억 원 한도의 카드를 마음껏 써주게 하는 호텔 상속녀 은미란(김윤경 분)과의 위험한 연애놀이 중. 결국 선을 넘은듯한 장면마저 연출됐지만, 자신의 행동을 호박(이태란 분)에게 밝히고 당당히 행동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의 분노를 자아낸다.
이러한 첫째 사위와 둘째 사위의 사정을 눈치채고 안달복달하는 것은 수박(오현경 분), 호박, 광박(이윤지 분), 해박, 대박, 왕돈(최대철 분), 앙금, 안계심(나문희 분) 등 대가족 사이에서 집안을 지탱하는 왕봉이 유일하다.
왕봉은 앙금에 구박받고 수박에 대접받지 못하는 민중의 흔들리는 어깨를 잡아 세우며 그에게 힘이 돼주는 말을 건네 든든한 버팀목으로의 역할을 했다. 그는 앞서 민중의 오열을 묵묵히 들어주며 자신은 속으로 쓰린 눈물을 삼키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세달이 미란과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목격한 왕봉은 세달의 앞에 직접 나서지 못하고 호박을 찾아가 "별일 없냐"고 묻는 모습으로 뭉클함을 안겼다. 눈이 빨간 둘째 딸에게 "울었냐"고 물으며, 정작 세달의 이야기는 딸의 마음이 다칠 것을 염려해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는 속 깊은 아버지의 모습은 홀로 속이 썩어 문드러져 잠도 제대로 못 이루는 장면으로 이어져 시청자의 탄식을 자아냈다.
왕봉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백 세까지는 거뜬하게 살 것 같은 꼬장꼬장한 어머니인 계심은 백수 동생 왕돈과 함께 가출을 감행했던 것. 계심과 왕돈은 앙금과 수박과의 말다툼에 결국 집을 나갔고 이에 그들을 찾아와 앉혀놓고 화해를 시키는 일도 모두 왕봉의 몫이 됐다.
이렇듯 왕봉의 쉴 틈없는 가족 뒤치다꺼리는 아무리 이름이 '왕봉'이고 왕가네의 유일한 이성적인 인물이며 이시대 가장의 무거운 어깨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도가 지나친 쓸쓸한 해결사의 모습으로 씁쓸함 마저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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