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두산은 무서웠다" 최고 적수로 인정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1.03 06: 55

"솔직히 무서웠다". 
삼성이 두산과 2013 한국시리즈에서 4승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몰리며 업셋의 희생양이 되는가 싶었지만, 5~7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4승3패 역전 우승이라는 드라마를 썼다. 먼저 3패를 한 팀이 역전 우승한 것은 올해 삼성이 처음이었다. 류중일 감독의 말대로 0%의 기적을 썼다. 
삼성이 두산을 상대로 이렇게 고전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반면 두산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5경기, LG와 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며 힘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막상뚜껑을 열어본 결과 두산이 1~2차전에서 연승하며 기세를 올렸다.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박한이는 두산에 대해 "솔직히 무서웠다. 우리보다 의욕이 더 강하다고 느꼈다"며 "사자가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 전력을 다한다고 하지 않나. 우리가 더 눈빛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을 1~2차전을 통해 느꼈다. 이렇게 허무하게 지면 안 되겠다 싶어 이를 악물었다"고 이야기했다. 
박석민은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올해 우리팀의 힘이 떨어졌다. 운이 따라서 우승을 차지할수 있었다"며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보며 야구를 '진짜 못한다' 싶었다. 그런데 한국시리즈에서 우리가 더 못해버리니까 부끄럽더라"고 털어놓았다. 한국시리즈 시작 전만 해도 두산을 쉽게 봤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3연패를 하고 나서 우리가 과연 우승할 수 있을까 싶었다. 우승을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두산은 LG·SK보다 선수들과 친한 게 있다. 1~2차전에서 한국시리즈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정규시즌 같았다. 연패를 하고 난 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우리 야구만 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됐다. 하지만 선후배드링 포기하지 않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두산의 저력을 높이 평가했다. 류 감독은 "시즌 전 미디어데이 때 두산을 우승후보로 꼽았다. 만약 후반기 니퍼트의 부상이 없었다면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을 했을 것"이라며 "좌완 투수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투타 모두 강하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체력이 많이 지쳤을텐데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간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삼성은 내년 시즌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 마무리 오승환이 해외 진출로 빠져 나가고, 1번타자 배영섭이 군입대한다. 장원삼과 박한이 등 핵심 선수들이 FA로 풀린다. 두산은 두터운 야수층을 바탕으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FA 이종욱·손시헌·최준석을 잔류시키고, 마운드 전력을 끌어올리면 내년에도 우승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곧 내년에도 두산이 삼성의 가장 위협적인 적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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