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에 잘 왔다’ 전태풍, 김민구 수비에 짜증낸 이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11.03 12: 01

김민구(22, KCC)가 호된 프로신고식을 치렀다.
전주 KCC는 2일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1라운드서 홈팀 고양 오리온스를 75-68로 물리쳤다. 김민구의 진가가 드러난 한 판이었다. 김민구는 전반에만 3점슛 두 방을 꽂는 등 10점을 몰아쳤다. 리온 윌리엄스를 앞에 두고도 거침없이 레이업슛을 구사했다. 김민구는 16점, 5어시스트, 3스틸로 프로데뷔 후 최다득점을 올렸다.
데뷔 후 세 번째 경기를 치른 김민구는 처음으로 전태풍을 만났다. 허재 감독은 190cm의 김민구를 전태풍(33, 180cm)의 전담수비로 붙였다.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전태풍도 신장과 스피드를 모두 갖춘 김민구의 수비에 쩔쩔맸다.

3쿼터 중반, 김민구는 전태풍의 수비를 한 번에 제치고 골밑으로 돌진하더니 외곽의 강병현에게 노마크 3점슛 기회를 열어줬다. 전태풍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할 만한 플레이였다. 다음 수비에서 전태풍을 막던 김민구는 전태풍의 팔꿈치에 얼굴을 얻어맞고 드러누웠다. 고의적인 파울이었지만 바로 옆에서 지켜본 심판은 평범한 파울만 줬다. 김민구는 이래저래 억울했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경기 후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전태풍이 신인한테 당한 것 같다. 선수들이 극복해야 할 과정이다. 사람들이 하도 ‘김민구! 김민구!’하니까 전태풍이 붙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구의 액션이 다소 과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사자의 말은 달랐다. 김민구는 “팔꿈치로 가격을 당했다. 전혀 엄살이 아니다 아직도 얼굴이 얼얼하다”며 “내가 계속 신경을 건드리니까 (전)태풍이 형이 한번 그런 것 같다”며 얼굴을 어루만졌다. 전태풍이 짜증날 정도로 김민구의 수비가 통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과연 전태풍은 왜 그랬을까. 경기 후 전태풍은 “김민구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며 씩 웃었다. 신인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하려는 의도였다. 프로는 전쟁터다. 때론 승부를 위해 심판 몰래 고의적인 반칙도 서슴지 않는 곳이다.
이날 전태풍은 6점, 1어시스트로 철저히 가로막혔다. 신경전에서는 전태풍이 이겼지만 승부는 김민구의 승리였다. 전태풍을 잘 아는 허재 감독은 “김민구가 신장이 있으니까 (전태풍에게) 득점을 주더라도 따라다닐 수 있다. 전태풍이 팔꿈치를 쓴 것은 그만큼 김민구가 수비를 잘했다고 봐야 한다. 상대 점수를 생각대로 묶었다”며 김민구를 칭찬했다.
프로에서 세 번째 경기만에 김민구는 또 하나를 배웠다. 오리온스는 3일 동부를 상대한다. 전태풍과 두경민의 대결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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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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