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하나 잘 해서 지금까지 온 게 아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수훈 선수 또는 성장한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특정 선수를 지목하지 않았다. 지난 1일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 김진욱 감독은 “누구 하나 잘 해서 지금까지 온 게 아니다. 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두산의 야구가 그랬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16경기를 치렀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두산은 최초로 정규리그 4위 팀 우승을 노렸지만 힘이 모자랐다. 하지만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빛을 잃지 않았다. 김진욱 감독이 말하는 두산 야구의 원천은 ‘경쟁’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두산 야구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원동력은 ‘경쟁’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캠프 준비하면서 ‘경쟁’에 포인트 맞췄다”고 했다. 이어 “경쟁을 통해 선수가 인정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간다. 사적 감정은 배제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욱 감독은 또 “어떤 포지션을 맡더라도 경기가 급박해도 그 순간 선수들은 ‘경쟁’한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들은 언제든 뛰어나갈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진욱 감독은 “물론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느냐는 자신과의 싸움이다”고 했다.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경쟁’을 통한 성장을 경험했다. 그것으로 16경기를 버텼다. 최재훈이 양의지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강력한 인상을 남긴 것 역시 포지션 ‘경쟁’에서 나왔다. 내야는 김재호가 유격수와 3루수, 2루수를 가리지 않았다. 이원석과 손시헌, 오재원, 최준석, 오재일이 서로 힘을 겨루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외야도 정수빈이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재호는 “어느 포지션에 나가든 제 몫만 하면 된다. 내 장점은 수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경기에 나가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허경민은 주로 대주자로 나가는 것에 대해 “서운하지 않다. 그런 부분이 우리 팀이 가장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말에도 ‘경쟁’ 속 협력을 엿볼 수 있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16경기에서 158이닝을 소화했다. 총 3,676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당 평균 3시간 50분이고 연장만 4차례다. 체력 고갈 속에서도 한 선수가 다른 선수의 체력을 보충해줬다. 시리즈 막판 부상으로 이 시스템에 균열이 생겼지만 준우승도 값진 결과로 보인다.
정규리그 4위로 시작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두산에는 ‘경쟁’이 만든 화수분 야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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