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도란도란]'9년차' 라쿠텐, 0-26 패배에서 첫 JS 우승까지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11.04 06: 10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창단 9번째 시즌 만에 감격적인 첫 재팬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라쿠텐은 지난 3일 일본 미야기현 클리넥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재팬시리즈 7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재팬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5년 팀 창단 후 첫 재팬시리즈 제패다. 일본 는 경기 후 라쿠텐의 특별한 9년차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기사를 실었다.
라쿠텐의 첫 우승이 여타 팀의 것과 다르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팀 상황 때문이다. 라쿠텐은 지금까지 일본 야구에 참여해온 다른 대기업들과 다른 인터넷 상거래 업체 라쿠텐이라는 기업이 창단한 팀이다. 라쿠텐은 2004년 긴테쓰 버팔로스와 오릭스 블루웨이브가 합병 선언을 할 당시 라쿠텐이 신규 참가를 선언하면서 창단됐다. 11월 창단 승인을 받은 라쿠텐은 신인 드래프트 외에 합병 당시 보호 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들을 더해 선수단을 꾸렸다.

라쿠텐은 2005년 3월 26일 지바롯데 마린스와의 역사적인 첫 개막전에서 오릭스 이적을 거부했던 에이스 이와쿠마 히사시(현 시애틀)의 호투로 3-1로 승리하며 파란을 일으키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날 바로 양대리그 도입 후 최다 점수차 영봉패인 0-26으로 지는 굴욕을 당했다. 2005년 라쿠텐의 성적은 리그 1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51.5경기차, 5위 니혼햄 파이터스에 25경기차 뒤진 최하위로 끝났다.
이후에도 라쿠텐은 약한 자금력과 구단 경쟁력에서 뒤지면서 전력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부터 오릭스에서 빠진 2군급 선수들로 팀을 꾸린 결과였다. 팀 전력은 단기간에 상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라쿠텐은 대형 FA를 잡기보다는 신인 선수들을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7년 라쿠텐에 입단한 다나카 마사히로였다.
라쿠텐은 2006년까지 최하위를 기록한 뒤 2007년 4위, 2008년 5위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9년에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재팬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다. 2010년 다시 최하위를 기록한 라쿠텐은 2011년 호시노 감독을 영입하고 5위, 2012년 4위를 거쳐 올해 처음으로 파이널 스테이지를 거쳐 재팬시리즈에서 요미우리를 꺾고 우승했다.
라쿠텐은 상대적으로 일본에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뒤처져 있는 동북 지방 센다이를 연고지로 하고 있어 그들의 우승이 연고지 팬들에게도 큰 희망을 주고 있다. 라쿠텐은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뒤 피해주민들을 상대로 야구 교실을 여는 등 지역 팬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해왔다. 라쿠텐 팬들은 약한 팀 사정과 지역 사정을 공감대 삼아 팀을 응원하고 있다.
지휘 3년차에 팀을 우승으로 이끈 호시노 감독은 7차전 승리 후 "라쿠텐에 감독으로 취임했을 때 대지진이 일어났다. 항상 주민들을 치유해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싸워왔다. 우리 선수들은 12구단 중 가장 추운 동북쪽에 우승을 선물해줬다.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며 팀의 현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라쿠텐에 여러모로 특별한 우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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