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원정경기에도 시장님을 모셔야겠어요.”
프로축구 성남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성남 일화는 3일 오후 4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에서 이승렬과 제파로프의 연속골로 경남 FC를 2-1로 완파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성남(승점 56점)은 스플릿 B조 선두를 탈환했다.
이날 성남 선수들은 눈빛이 달랐다. 경기시작 후 단 1분 만에 김인성의 패스를 받은 이승렬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어 5분 뒤 황의조의 패스를 받은 제파로프의 추가골까지 터졌다. 단 6분 만에 승부가 났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었다.

성남은 지난 달 6일 31라운드 제주와의 홈경기서도 경기시작 후 단 9분 만에 두 골을 뽑아 2-1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당시 성남은 경기시작 후 단 30초 만에 이종원의 골이 터졌다. 이어 전반 9분 김동섭이 결승골을 터트린바 있다. 똑같아도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이유가 있었다. 두 경기 모두 이재명 성남 시장이 직접 운동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던 것. 올 시즌 성남은 모기업 일화가 내년시즌부터 지원을 포기하면서 연고이전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K리그 최다우승의 명문구단이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이 때 돌부처 같았던 이 시장이 마음을 돌리면서 축구단은 성남에 잔류하게 됐다. 이러니 이재명 시장만 떴다하면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안익수 성남 감독은 “시장님이 본인이 관전하실 때 우리가 져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 앞으로 홈경기가 한 번 남았다. 시장님이 원정 세 경기도 찾아주시면 좋은 승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항상 시장님께 감사드린다”며 농담 섞인 진심을 이야기 했다.

이날 승리는 성남시민들에게 더욱 뜻 깊게 다가왔다. 경기장에서 시민공모주를 판매하는 행사를 가졌기 때문. 성남은 지난 1일부터 시민공모주 발행시까지 시청, 구청, 주민센터 종합민원실에서 예비청약을 받는다. 한 주에 만원인 공모주 10주를 소유하면 다음 시즌 성남 홈경기를 무료로 관전할 기회도 주어진다. 성남은 앞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다음 시즌 운영금 30억 원을 공모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경남을 2-1로 누른 뒤 안익수 감독은 “시민공모주를 판매한 의미 있는 날에 이겨서 기쁘다. 스플릿 B조로 떨어진 후에도 팬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2014년의 비전을 찾을 수 있는 경기였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성남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돈으로 시민구단이 운영된다면 이보다 더 뜻이 깊을 수 없다.
경남전에서 K리그 100경기 출장기념식을 가진 박진포(26, 성남)는 “전반전이 끝나고 팬들이 기립박수를 쳐줄 때 온몸에 전율이 왔다. 성남은 내게 모든 것을 준 팀이다. 항상 보답하고 싶은 구단이다. 보잘 것 없는 절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2~300경기를 계속 성남에서 하고 싶다”며 팬들에게 감사했다.
성남은 벌써부터 구단과 선수, 지자체, 팬들이 모두 하나로 소통하는 진정한 시민구단의 첫 발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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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 시장(위) / 성남 시민공모주 판매현장(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