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PD "'슈스케' 불안했다..연애 틈새시장 노려"[인터뷰]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3.11.04 15: 49

연예인이 아닌 비연예인의 연애를 다루는 틈새시장을 노려 성공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JTBC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의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별 일 없으면 다음주에 뵙겠습니다"는 MC 신동엽의 클로징 멘트는, 초반 제작진의 간절함이 용해된 함축적 메시지였다면 이제는 웃으며 들을 수 있는 농담이 됐다.
'마녀사냥'을 기획하고 만든 김민지, 정효민 PD를 만났다. 연차는 정 PD가 조금 위지만 나이는 김 PD가 조금 많고 등등 여러 이유를 감안해 '퉁'을 치고 편안한 사이가 됐다는 두 사람이다. 티격태격하는 입담으로 친분을 거칠게 자랑한 이들은 은근히 맞아 떨어지는 팀워크로 '척하면 척'의 표본을 보여주기도 했다.

"JTBC 프로그램 '신화방송'에서 같이 일을 하다가 저는 '썰전'을 하고 있었어요. 그 때 정효민 PD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게 있으면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래서 하게 됐죠. 일단 제가 했던 프로그램 중에서 주변 반응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이 많거든요. 평소에 텔레비전을 안 보는 지인들도 보고 있더라고요."(김민지 PD)
인기 지표인 시청률을 보면 '마녀사냥'의 위력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동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엠넷 '슈퍼스타K'를 위협할 수준에 이른 것. 적극적인 시청패턴을 가진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한번쯤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이 됐다.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이 컸어요.(웃음) 성공할만한 포맷이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혹시라는 마음으로 해봤죠. 사실 금요일 밤 11시라는 시간은 좀 부담스러웠어요. ‘슈퍼스타K’도 있었고.(웃음) 딱 이것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신동엽 씨가 프로그램을 많이 하시잖아요. 비는 시간이 금요일 11시하고 일요일 11시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금요일이 좋겠다 했어요."(정효민 PD)
'마녀사냥'은 신동엽 외에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이 진행을 맡고 있다. 세기로 따지면 서로에게 뒤지지 않는 4명의 입담은 19금 마크를 달아야 할 정도. 프로그램 초반까지만 해도 허지웅이 달려나가면 성시경이 붙들고, 샘 해밍턴이 저지르면 신동엽이 토닥토닥 주워담는 그림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 같이 불을 뿜고 있다.
"처음에는 허지웅 씨가 제일 수위가 높았어요. 요즘에는 뭐..(웃음) 너나할것 없이 세네요. 토크 내용은 저희들이 유도하지 않아요. 자유롭게 MC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걸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에요. 19금이라거나 세다는 말씀을 듣는데요. 정작 저희는 19금을 원하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프로그램을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19금이 붙는 순간 접근성이 떨어지거든요."(김민지PD)
'시청자와 함께 하는'이라는 '마녀사냥' 콘셉트에 최적화된 코너가 바로 '이원생중계'다. 마치, 중계차가 서울 시내 어느 곳에 나가 있고, 수십명의 제작진이 투입돼 매끄럽게 현장과 스튜디오를 연결하는 그림을 연상하겠지만, 속사정은 기대보다 조금 열악(?)하다.
"메인 작가의 아이디어였어요. 거리에서 비연예인이 '마녀사냥'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가 시작이었죠. 처음에는 휴대폰으로 했고요. 지금도 화상채팅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어요. 모니터 위에 카메라가 달려있거든요. 중계차 나가면 일이 커지니까, 작게 작게 하고 있습니다. 저희끼리는 이것도 대단하다고 하고 있어요.(웃음)"(정효민PD)
모두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지만 '마녀사냥'에는 20대의 참여가 잦다. 이원생중계도 주로 대학가고, 방청객도 20대 초반의 풋풋한 청년들이다. 가끔 임신부가 태교를 위해 들르고, 지난주에는 모녀 방청객이 출연했지만 그래도 20대 중심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저희도 여러 군데 가고 싶죠. 처음에 실내에서 하다가 밖에 나갔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보려고 하는데 시간이 애매했죠. 녹화가 월요일 오후거든요. 직장인들은 점심 먹고 회사에 들어갔을 시간이고 해서 결국 대학가가 중심이 됐습니다. 대학가 벗어나려고 여의도공원에 한 번 갔다가 진땀 뺐습니다. 하하.(웃음)"(정효민PD)
'마녀사냥'은 당분간 현재의 포맷을 유지할 계획이다. 네 사람의 캐릭터가 확실해졌고, 2부에서도 칼럼니스트 곽정은, 모델 한혜진, 연기자 홍석천의 색이 명확해졌다. 굳이 무엇을 더하거나 덜어낼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마녀사냥'이 중간에 빠지면서 '너의 곡소리가 들려', '그린라이트를 켜줘/꺼줘' 등으로 꾸며지고 있는데요. 당분간은 이 틀이 유지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청자 사연을 중심으로 꾸려간다는 점에서 지금 저희들 제작 의도와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용이 참신하고 이야깃거리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사연들을 선정하는 게 저희들에게는 가장 큰 일이에요."(김민지PD)
부모님으로부터 음담패설이라는 냉랭한 반응을 들었었고, 초라한 첫방으로 부담감에 찌들었던 두 PD는 이제 환하게 웃으며 첫 날을 회상할 만큼 여유를 갖게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습관이 하나있다. 바로 모든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마녀사냥' 관련 댓글을 탐독한다는 점이다.
"본방 시간에 트위터, 디씨, 온갖 온라인 사이트 다 돌아다니면서 댓글을 봐요. 정말 다 봅니다.(웃음) 어떤 분들은 '경험이 없어서 20%밖에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시고, 어떤 분들은 '이거 보면 연애하고 싶어진다'는 댓글을 올리시더라고요. 악플이든 선플이든 다 읽어보고 프로그램 만드는데 반영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니까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지켜봐주세요. 피드백 주신 만큼 새로운 내용으로,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혹은 알고 싶어하는 연애 이야기로 찾아뵐게요."(김민지, 정효진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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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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