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바라볼 때다.
한국여자농구대표팀은 지난 3일 태국 방콕의 방콕유스센터에서 개최된 제25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 결승전에서 일본에 43-65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물론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크다. 하지만 부상자가 속출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보여준 태극낭자들의 투혼은 메달 색깔로 감히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농구는 높이 열세 극복, 점진적 세대교체, 대표팀 운영시스템 개선과 유망주 발굴 등 많은 숙제를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이번 대회 2위로 한국은 아시아 3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터키 세계선수권 진출티켓을 따냈다. 가장 마지막에 치러진 아시아선수권이 끝남에 따라 세계선수권 출전국 16개국이 모두 정해졌다. 주최국 터키(FIBA랭킹 13위)를 비롯해 런던올림픽 챔피언 미국(1위)은 자동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이어 대륙별 예선을 통해 유럽 5개팀 스페인(6위), 프랑스(5위), 세르비아(32위), 벨라루스(10위), 체코(4위)을 비롯해 오세아니아대표 호주(2위), 아프리카대표 앙골라(23위)와 모잠비크(38위), 아메리카대표 3개팀 쿠바(14위), 캐나다(9위), 브라질(7위), 아시아대표 3개팀 한국(11위), 중국(8위), 일본(18위)이 최종본선에 올랐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세계선수권은 내년 9월 27일부터 10월 5일까지 터키에서 열린다. 반면 인천아시안게임은 9월 19일 개막해 10월 4일 폐막한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일정이 정확하게 겹쳐 국가대표팀이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없는 것. 결국 국가대표팀을 둘로 쪼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국가대표 1군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게임 여자농구서 3번 우승(1978 방콕, 1990 베이징, 1994 히로시마)을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열렸던 1986년 서울대회와 2002년 부산대회서는 모두 결승에서 중국을 만나 패했다. 이번에 인천에서 열리는 대회서 우승하면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1군은 아시안게임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 이길 가능성이 낮은 세계선수권은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표팀 에이스 변연하는 “어느 팀에서 뛰든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시즌을 잘 치르고 다시 한 번 대표팀에 모이면 아시안게임 우승을 목표로 다시 마음을 다잡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과연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처럼 아시안게임에 정예멤버를 파견하느냐다. 자칫 아시안게임에 그들의 2진이 온다면 한국이 금메달을 따도 의미가 퇴색된다. 또 한국은 힘겹게 따낸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셈이 된다. 일본과 중국이 세계를 겨냥할 때 한국이 아시안게임 메달색깔에 집착하는 것도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

이제 여자농구대표팀은 이원운영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최소 24명의 대표선수를 뽑아 둘로 나누고 각 팀의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따로 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시안게임 개막까지 약 319일 정도가 남았다. 하지만 프로농구 시즌이 4월 중순에야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감독 선임 등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4일 귀국한 위성우 감독은 대표팀 이원운영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어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협회에서) 세계선수권은 어린 선수들이 경험하고 자국에서 하는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잡은 것 같다. 정확한 발표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감독직 연임에 대해선 “이번에 너무 힘들었다”면서 웃으며 즉답을 피했다.
운영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최소 내년까지 위 감독이 계속 대표팀 1군을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 감독은 “이번에 대표팀을 맡아 많은 공부가 됐다. 2개월이면 몸만들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준비가 원활치 않아 아쉬웠다. 부족한 감독을 따라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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