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마운드는 맑음보다 흐림에 가까웠다. 정현욱의 LG 이적과 권오준의 팔꿈치 수술 속에 계투진의 약화가 우려됐기 때문. 그리고 2010년부터 3년간 삼성의 극강 마운드 구축에 큰 공을 세웠던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 코치가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 가운데 1군 마운드를 총괄하게 된 김태한 투수 코치와 김현욱 불펜 코치의 어깨는 무거울 수 밖에. "보직이 그렇게 됐는데 같은 자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사람이 바뀌었지만 똑같은 연결선상에서 하면 된다고 본다". 지난해까지 1군 불펜 코치로 활동했던 김태한 코치는 올해부터 중책을 맡게 됐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만이 쌓아왔던 노하우와 선수들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김태한 코치는 뛰어난 지도 능력 뿐만 아니라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아픈 구석까지 어루만진다. 김태한 코치는 부진에 빠진 선수들에게 "식사 한 번 하자"고 제안한다. 때로는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김태한 코치만의 형님 리더십이다.

삼성은 지난해 25승을 합작했던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와 브라이언 고든 대신 릭 밴덴헐크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를 영입했으나 기대보다 실망에 가까웠다. 마운드 운용에 빨간 불이 켜졌지만 배영수, 윤성환, 장원삼 등 토종 선발진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한동안 삐걱거렸던 계투진 또한 짜임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무서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팀 평균자책점 1위 수성에는 실패했지만 사상 첫 3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에 이바지했다.

2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은 좌완 차우찬은 "김태한 코치님께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차우찬 뿐만 아니라 삼성 투수들은 "팀이 위기에 처했을때 김태한 코치님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셨다. 그럴때마다 선수들을 더 생각해주셨다"고 입을 모았다. 오치아이 전 코치 또한 "김태한 코치와 김현욱 코치의 뛰어난 지도력 덕분에 삼성 마운드의 공백이 보이지 않았다"고 박수를 보냈다.
20승 투수 출신 김현욱 코치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김태한 코치와 1살 터울인 김현욱 코치는 조용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불펜 코치의 특성상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선수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독사'라는 별명답게 냉철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김현욱 코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특히 심창민, 신용운 등 잠수함 투수들의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
11월 1일 삼성은 두산을 꺾고 사상 첫 통합 3연패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김태한 코치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자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화답했다. 삼성의 사상 첫 통합 3연패 달성은 '환상의 복식조' 김태한-김현욱 코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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