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드라마는 ‘철벽녀’들이 꽉 잡고 있다? 남장여자 하지원과 웃음기 없는 무뚝뚝한 가정부 최지우가 이끄는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 SBS 월화드라마 ‘수상한 가정부’(극본 백운철 연출 김형식)가 각각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에서 1,2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갈팡질팡하고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그리 공감을 자아내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는 KBS 2TV ‘미래의 선택’은 아쉬운 시청률로 동시간대 3위, 즉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5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4일 방송된 ‘기황후’ 3회는 전국기준 12.8%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KBS 1TV ‘가요무대’(10.5%), SBS ‘수상한 가정부’(9.3%), KBS 2TV ‘미래의 선택’(6.5%)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기황후’는 대원제국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고려 여인의 사랑과 투쟁을 다루는 드라마. 주인공이자 훗날 기황후가 되는 기승냥(하지원 분)은 어린 시절 공녀로 잡혀갈 뻔 했던 위기를 겪은 이후 여자인 사실을 숨긴 채 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앞서 이 드라마는 지난 달 28일 방송된 첫 방송에서 11.1%를 기록하며 월화드라마 1위로 출발했다. 이후 13.6%로 뛰어오른 ‘기황후’는 3회에서 시청률이 주춤하긴 했어도 동시간대 1위를 지키며 전작인 ‘불의 여신 정이’가 꺼트린 MBC 사극 명성의 불꽃을 다시 살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단 기승냥은 남자처럼 자라 편전(활)을 능숙하게 다루는 여장 남자다. 남자들 틈에서 남자처럼 자라 털털한 성격을 자랑하는 그는 왕유(주진모 분)과 술을 마시며 할 정도로 배포가 크다. 한마디로 천방지축 말괄량이 캐릭터. 현재 자신이 남자인 줄 모른 채 거침없이 스킨십을 하는 왕유의 접근에 당황하고 있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철벽녀'(철의 장막을 치듯이 연애를 차단하는 여자)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수상한 가정부'의 박복녀(최지우 분)는 또 다른 '철벽녀'다. 과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상처로 웃음을 잃고 가정부로 살아가는 그는 엄마를 잃은 은상철(이성재 분) 가족과 함께 살며 서서히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엄마가 되달라"던 아이들의 요구를 거절했던 그는 지난 4일 방송에서 "엄마가 되주겠다"라고 선언해 결혼 당사자가 될 은상철을 '멘붕'에 빠트린 상태.
'미래의 선택'의 나미래(윤은혜 분)는 미래의 남편감인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분명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끼(?)를 부리는 적극적인 '어장관리녀'의 모습은 아니지만,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이 더 답답함을 주고 있다는 평.
어째뜬 남자들 앞에서는 철벽을 치고 있을지라도 두 '철벽녀'들이 시청자들의 마음 하나는 꽉 잡았다. '철벽녀'들의 시대는 계속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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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