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욱은 유쾌하기로 소문난 배우다. 웬만한 방송인만큼 말을 잘한다는 게 그를 아는 이들의 평가다. 그러나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 속 주상욱은 사뭇 다르다. 영화 ‘응징자’에서는 더욱 그렇다. ‘응징자’에서 주상욱이 분한 준석은 어린 시절 당한 학교폭력으로 평생 불구의 마음을 안고 인물이다. 그는 작품 속에서 거친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고 러닝타임 내내 어둡고 우울한 얼굴을 내비친다.
‘응징자’가 개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본 주상욱은 특유의 밝음을 주변인들에게도 나눠주듯 유쾌했다. 그러나 작품 이야기를 꺼내자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복수극임에도 불구하고 웃음 포인트가 있더라는 말을 꺼내자 차분히 신동엽 감독의 연출 의도를 나름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복수를 일방적으로 통쾌하게 만들 수도 있었고 준석이 그런 불쌍한 인물이 아닌 20년 뒤 대단한 사람이 된 모습으로 그릴 수도 있었죠. 그러나 준석을 여전히 불쌍하기 짝이 없는 인물로 그린 데에는 감독님의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기존에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에 고정관념이 있는데, ‘응징자’의 연출도 신동엽 감독이 선보이는 표현 방법 중 하나예요.”

앞서 언급했듯 주상욱은 러닝 타임 내내 거칠게 욕을 내뱉는다. 얼마 전까지 KBS 2TV 드라마 ‘굿 닥터’의 김도한 교수와 동일한 인물의 연기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큰 변신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하는 욕이 그리 어설프지 않다는 점. 주상욱은 “욕 연습 많이 했다”면서 뿌듯하게 웃어보였다.

“팬들은 연기 변신에 놀랐을 거예요. 제 팬들은 아무래도 영화 속에서도 제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잖아요. 아마 본인이 좋아하는 주상욱이라는 배우가 이런 연기도 하는구나 싶었을 거 같아요. ‘이만큼 성장했구나’하고 느끼신다면 저야 고맙고요(웃음).”
주상욱이 영화 개봉 후 오랫동안 들여다본 것은 인터넷에서 그의 팬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주상욱은 한 온라인 팬사이트를 자신의 스마트 폰으로 접속해 기자에게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한 팬의 글을 읽으면서는 “이 분은 집에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하고 싶을 정도”라는 너스레를 떨었다.
“후기들을 많이 봤어요. 어떤 팬분은 영화를 보고 나와 차를 운전하는데 준석이가 생각나서 눈물이 나셨대요. 그리고 차를 세우고 우셨다는 거예요. 가슴이 아파서 운전을 하실 수가 없었대요. 제 연기를 보고 이런 후기를 남겨주시다니 배우로서 정말 좋죠. 준석이 정말 불쌍한 놈이라는 걸 알아주시는 것이니까요.”
‘응징자’는 잔인한 복수극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에서 주상욱은 연신 얻어맞고 피를 흘린다. 양동근은 그런 주상욱을 향해 폭력을 자행하고 미친 사람처럼 폭주한다. 그럼에도 주상욱이 전하는 촬영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특히나 신동엽 감독이 보여주는 순수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동차 바퀴가 빠지면서 사고가 나는 장면이 있어요. 전혀 CG가 들어가지 않은 장면이죠. 그런데 그 장면을 촬영하고 감독님이 연락을 하셔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바퀴가 너무 잘 빠졌어~’ 그러시더라고요. 순수한 감독님이세요(웃음). 거기다 극 중 준석이 창식에게 돈 10억을 요구하는데, 제가 ‘왜 하필 10억이냐. 100억도 아니고’라고 물었어요. 그러니 감독님은 ‘나한테는 큰 돈이야’ 그러셨어요.”

그럼에도 ‘응징자’는 주상욱에게 너무나도 힘든 영화였다. 추운 겨울날 제대로 옷을 갖춰입지도 못한 상태에서 죽도록 맞는 신을 찍어야 했다. 그 해 가장 추운 때, 연일 촬영을 했다는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죽다 살아났다”는 소감을 밝혔다.
“폐차장 신이 정말 추웠어요. 그 해 추운 겨울날 몇 순위 안에 드는 날이었죠. 5일 정도 죽다 살아났어요. 폐차장이라 바닥에 기름도 많았거든요. 바닥이 미끄러워서 제 마음대로 연기도 잘 안됐죠. 결과물을 보니 고생한 만큼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이번 영화가 주목받은 것 중 하나는 바로 실장님 전문배우 주상욱의 변신이었다. 그러나 그는 실장님이라는 자신에게 부여된 캐릭터에 그다지 많은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는 실장님 전문 배우는 연기를 위해 연기를 할 뿐, 캐릭터를 위해 연기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미지 변신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에요. 실장님을 탈피하기 위해서 ‘응징자’를 했다? 그건 아니죠. 전 아직 연기할 날이 많이 남았잖아요. 제가 실장님 전문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계속 새로운 걸 찾고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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