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낯선 가을을 보낸 SK가 다시 뛴다. 주전 선수들이 마무리캠프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전력보강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단 SK는 기존 주축 선수들부터 지키며 집안 단속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올 시즌 6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한 SK는 이만수 감독의 재신임을 결정하는 동시에 코칭스태프 일부 개편으로 변화를 줬다. 내년에는 반드시 4강에 재진입해 올해의 아픔을 씻는다는 각오다. 일단 내부에서는 팀 전력이 ‘왕조’를 구축했던 한창 때보다는 못하다는 계산을 내리고 있다. 때문에 팀에서 중점으로 삼고 있는 육성 프로젝트를 비롯, 자유계약선수(FA) 영입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그 전에 먼저 주축 선수들을 눌러 앉힌다는 계획이다. SK는 최근 FA 시장에서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고전했다. 정대현과 이승호가 떠났고 지난해에도 4번 타자 이호준을 잡지 못하며 전력 공백을 실감해야 했다. 때문에 SK의 겨울은 팀 내에서 FA로 풀리는 내야수 정근우 붙잡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팀의 간판 내야수이자 올해 주장직을 역임했던 정근우는 올해 타율 2할8푼, 9홈런, 35타점, 28도루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할6푼6리에 그치는 등 ‘3할 타자’로서의 명성이 2년 연속 구겨졌다. 잔부상 탓에 올해는 11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것도 걸린다. 기록만 놓고 보면 FA를 앞두고 ‘대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셈이 됐다.
그러나 정근우가 차지하는 팀 내 비중과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SK 내야는 주전의 틀이 잘 잡혀있다. 그러나 백업이 약하다. 정근우가 빠지면 내야 전체가 휘청거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정근우는 팀의 간판스타다. SK의 한 관계자는 “정근우는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상징성이 있다”면서 “구단에서는 반드시 잡겠다는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이만수 SK 감독도 구단에 “정근우를 꼭 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몸값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FA 시장이 과열됐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구단의 상황은 또 다르다. 이를 알면서도 선수를 뺏기지 않기 위해 선수 가치 이상의 ‘베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실적인 몸값을 책정했다가는 선수를 뺏길 확률이 높다. SK도 정근우가 지난해 김주찬(KIA) 정도의 몸값(4년 50억 원)이나 그 이상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자체 계산을 내리고 적정 수준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정근우의 계약은 내년 시즌을 마치고 FA가 될 팀 내 주축 선수들의 계약에 가이드라인이 된다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2014년 시즌 이후에는 벌써부터 ‘100억 설’이 나오고 있는 최정을 비롯, 김강민 박재상 나주환 조동화 등 소속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다. 외부에서 새로운 선수를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선수를 놓친다면 오히려 손해다.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의 양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올해를 조용하게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