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 팬들에게 주는 짜릿함은 이루 강조할 필요가 없다. 타격왕보다는 홈런왕이 더 큰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프로야구는 최근 몇 년간 이런 홈런의 짜릿함이 없었다. 그런 판도가 2014년에는 달라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프로야구는 홈런의 역사와 함께 발전했다. 원년부터 홈런은 항상 팬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요소였다. 장종훈(당시 빙그레)이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며 홈런 신드롬이 불었고 40홈런 고지 점령과 함께 1990년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세기 말과 이어진 21세기 시작에는 이승엽(삼성)이 홈런에 대한 화두를 주도했다. 1999년 54개, 2003년 56개를 쏘아올리며 일약 ‘잠자리채 열풍’을 일으켰다. 홈런왕 레이스도 치열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홈런이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승엽이 일본으로 떠난 이후 단 한 명의 선수도 50홈런 고지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2010년 연속경기 홈런 열풍을 일으킨 이대호(당시 롯데·44개) 정도가 큰 관심을 받은 홈런타자였다. 홈런 타자의 수도, 그 홈런 타자가 치는 홈런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2011년 홈런왕 최형우(삼성)의 홈런 개수는 30개, 지난해 박병호(넥센)는 31개였다.

올해도 박병호가 37개의 홈런을 치며 분전했다. 한 때 최형우 최정(SK)과 경쟁하며 흥미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파급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여기에 계속 줄어드는 홈런 타자는 장기적인 우려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린 선수는 17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25명으로 반등했으나 팀당 세 명이 되지 않는 수치다. 홈런의 위기라고 할 만하다.
그런 측면에서 2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의 이야기는 의미가 있다. 박병호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 당시 3점차로 뒤진 9회말 2사에서 동점 3점 홈런을 때려 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팬들의 머릿속에 오래오래 각인될 만한 짜릿한 홈런이 오래간만에 터져 나왔다. 박병호도 당시 홈런을 떠올리며 “홈런으로 인해 많은 팬분들이 열광하는 것을 느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승엽 선배가 잠자리채 열풍을 일으켰듯이 나뿐만 아니라 홈런타자들이 그런 모습을 하루 빨리 재현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때 마운드를 높이는 등 인위적인 장치들도 있었으나 최근의 홈런 가뭄은 타자들의 기량이 투수들의 기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물며 타격의 꽃으로 평가되는 홈런은 더 그렇다. 타자보다는 투수를 선호하는 프로구단의 최근 트렌드, 거포보다는 똑딱이를 양산하는 아마추어 야구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과연 화끈한 홈런의 시대는 다시 열릴 수 있을까. 2014년 지켜봐야 할 하나의 관심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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