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과다' 황동일, 산체스에게 미안해 한 이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11.06 06: 59

"안테나 끝까지 토스를 올려줬어야 하는데."
황동일(27, 대한항공)이 아쉬움 섞인 미안함을 토로했다. 대상은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외국인 선수 마이클 산체스(27)였다.
대한항공은 5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경기서 세트스코어 3-1(25-27, 25-18, 25-22, 26-24)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로 대한항공은 1승 1패(승점 4)로 리그 초반 남자부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러나 경기는 이겼어도 마음 편하게 웃기는 어려웠다. 신생팀을 상대로 어렵게 거둔 말 그대로의 진땀승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를 복기하며 김종민 감독은 "세터가 흔들리다보니 경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주전 세터 한선수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상근 예비역으로 갑작스레 군대에 입대했다. 개막전인 2일 삼성화재와 경기에 나선 한선수는 러시앤캐시전이 있는 5일 훈련소에 입소했다.
자연스레 주전 세터가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선수의 백업으로 간간히 경기에 나섰던 황동일이 주전 세터의 책임감을 짊어지게 됐다. 실로 오랜만에 나서는 선발 경기에 황동일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설상가상으로 상대 러시앤캐시는 신생팀 특유의 분위기로 대한항공을 압박했고, 1세트까지 빼앗았다.
이날 황동일의 토스는 전체적으로 낮고 짧았다. 360cm에 달하는 높은 타점의 산체스가 좋아하는 코스로 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토스였다. 산체스도, 대한항공도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산체스와 더 많이 호흡을 맞춘 쪽은 황동일이라는 점이다. 김 감독은 "연습 때와 경기 때의 동일이 토스가 달라서 산체스가 힘들어 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황동일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황동일이 오늘 나한테 많이 혼났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의 말대로였다. 황동일은 "연습 때 올려줬던 토스를 많이 못줘서 아마 산체스가 화가 났을 것 같다"며 "약속된 플레이를 해줘야하는데 그렇지 못해 산체스도 힘들었을 것이다. 안테나 끝까지 토스를 올려줬어야하는데 그걸 못해주고 짧게 주다보니 원하는 루트를 못찾고 블로킹에 자꾸 걸렸다"며 산체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아무래도 2년 공백이 오늘 경기에서 티가 많이 난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한 황동일은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몸을 끌어올려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며 다음 경기에서 명예회복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산체스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아쉬움이 뒤섞인 황동일의 이날 경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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