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아라와 황정음이 화려함과 무게를 빼고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매회 우는 장면이 등장해 여배우의 눈이 늘 '퉁퉁' 부어있지만 화려한 패션으로 치장했을 때보다 훨씬 더 예뻐 보인다. 거침없이 욕설이 흘러나오고 만취해 윙크를 남발해도 이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와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의 황정음 얘기다. 시청자들 역시 화려한 모습에서 벗어나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두 배우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
지난 2003년 KBS 2TV 성장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후 줄곧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고아라는 '응답하라 1994'로 단숨에 대표작을 갈아치웠다. '응답하라 1994'는 지난해 '응답하라 1997' 열풍을 일으킨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등이 다시 한 번 뭉쳐 만든 작품. 전국팔도 지방 출신 대학생들이 신촌 하숙집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고아라는 경상남도 마산 출신의 여대생 성나정 역을 맡았다. 농구선수 이상민의 팬인 성나정은 따뜻한 성품에 해맑고 거침없는 성격을 지닌 인물로, 예쁜 얼굴로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친구들을 챙기는 자상함과 허리디스크로 인한 예민함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사실 성나정 캐릭터는 기존의 고아라 이미지와 180도 상반된 이미지. 방송 전에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화보와 화장품 광고 등에서 '차도녀', 여신 이미지를 보여줬던 고아라가 성나정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였다. 고향이 경상남도 진주인 고아라는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했고, 차도녀 이미지에서 벗어나 성나정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있다. 양볼 가득 음식을 입에 넣고 소리를 질러도, 욕을 하면 온갖 망가지는 표정을 지어도 화보에서 보던 고아라보다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이 훨씬 예뻐 보인다.
'비밀'의 황정음은 한층 깊어진 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밀'에서 황정음은 애인 안도훈(배수빈 분)의 죄를 대신해 감옥살이를 한 후 인생이 180도 뒤바뀐 강유정을 연기하고 있다. 방송 초반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도훈을 뒷바라지하는 '억척 순정녀'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수감 생활 이후 절절한 모성애와 오열 연기를 보여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걸그룹 슈가로 데뷔한 황정음은 연기자로 전향한 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주목받았다. 당시 황정음은 연기보다 톡톡 튀는 캐릭터와 센스 있는 패션감각으로 사랑받았고, 이후 SBS 드라마 '자이언트',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타임' 등을 거치며 시트콤의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연기자로 성장했다.
정통 멜로인 '비밀'은 황정음이 그동안 갈고닦은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황정음은 강유정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한층 깊어진 연기를 끌어냈고, 연기력이 없다면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았을 캐릭터를 극에 잘 녹여내고 있다. 극중 황정음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오열하고, 수수한 패션으로 등장하지만 그동안의 어떤 작품에서보다 돋보인다. 앞으로 연기자 황정음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seon@osen.co.kr
KBS,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