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두산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 내내 취재진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핵심은 왼손 불펜이 없는 점이 불펜 약화로 이어질지 여부. 김진욱 감독은 “꼭 왼손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을 잘 던지는 투수는 왼손 타자든 오른손 타자든 잘 막는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와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잇따라 통과할 때만 해도 오른손만으로 짜여진 두산 불펜은 호투했다. 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두산 오른손 투수가 4차전부터 방망이가 터지기 시작한 삼성 좌타 라인을 이겨내지 못했다. 마지막 7차전에서도 박한이와 채태인을 막지 못했다. 위기 상황에서 잘 던졌던 오른손 투수 핸킨스마저 무너졌다.
상대팀 사령탑이었던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우승 직후 “두산은 대단한 팀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왼손 불펜이 없었던 부분은 약점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두산은 좌완 구원이 없다. 구원 쪽 불안이 어떻게 될지가 아킬레스건이다”라고 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선발 유희관을 제외하고 왼손 불펜은 없었다.

두산에는 왼손 투수 이혜천의 부진이 뼈아팠다. 이혜천은 올해 13경기에 나와 1패 평균자책점 11.57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3할9푼. 최근 3년간 평균자책점이 6점을 뛰어넘었다. 이혜천의 부재가 왼손 불펜 약화로 직결됐다. 원용묵과 정대현 등 다른 왼손 자원의 성장은 아직 더딘 편이다. 시즌 중에 유희관을 불펜으로 활용했지만 유희관은 선발 자원으로 더 적합해 보인다.
두산이 왼손 FA 영입 카드를 만지작거릴지 주목된다. 올해 FA 시장에는 수준급 왼손 투수가 나와 있다. 롯데 강영식과 한화 박정진이다. 강영식은 최근 3년 동안 평균자책점이 3점대로 수준급 실력을 갖췄고 매년 55경기 이상을 소화해 내구성도 뛰어난 편이다. 박정진은 2010년(79⅓이닝)과 2011년(86이닝) 무리한 탓에 올해와 지난해 평균자책점 5점대로 부진했지만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위력적이다. 베테랑으로서 성실함도 갖췄다.
또 다른 카드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 정규리그에서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했던 핸킨스의 재계약 여부가 불확실하다. 두산은 핸킨스를 선발 자원으로 데려왔지만 그는 불펜에서 뛰었다. 니퍼트와 유희관, 노경은, 이재우가 선발진을 갖춘다면 왼손이 부재한 두산에는 왼손 외국인 투수 카드도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김진욱 감독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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