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25, 울산 현대)이 홍명보호에 재승선했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에 소집된 후 3달이 조금 넘어 다시 부름을 받았다. 불과 3달이지만 김신욱은 많이 변했다. 기량도 성장했고,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해졌다. 하지만 홍명보호에 필요한 것은 김신욱의 변화가 아니다. 김신욱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최고의 공격수를 뽑으라면 첫 번째로 거론되는 것이 김신욱이다. 최근 몇 년간 득점 순위 최상위에 기록됐던 데얀(서울)도 아니고, 이동국(전북)도 아니다. 김신욱은 외국인 선수들을 포함해 모든 공격수들을 따돌리고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 했다.
김신욱은 K리그 클래식에서만 18골을 터트리며 득점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리그가 상·하위 그룹으로 스플릿 된 이후에는 8경기서 5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김신욱의 이 기록이 놀라운 이유는 K리그 클래식 상위 그룹 중 울산을 제외한 6개팀의 경기당 평균 실점이 1.11골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됐기 때문이다.

김신욱은 7월 이후 홍명보호의 부름을 받지 못하자 그저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개인 훈련량을 늘리며 노력에 노력을 더했다. 덕분에 8월 중순부터 보름 동안 침묵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슬럼프를 금세 극복하고 울산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팀 훈련과 별개로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기량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김신욱은 준비가 돼 있는 스트라이커다. 최근 원톱 부재에 시달리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홍명보호에는 적격이다. 물론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감도 적지 않지만, 대안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3달 동안 여러 선수를 기용해봤지만, 그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준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김신욱이 아니다. 김신욱과 함께 뛸 선수들이다. 홍명보 감독은 7월 이후 김신욱을 뽑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김신욱이 투입될 경우 그의 장신(196cm)을 선수들이 과도하게 의식한다는 것이었다. 동료들이 김신욱의 장신을 이용하기보다는 의존하려는 모습이 확연하다는 것이 홍명보 감독이 말한 김신욱의 배제 이유였다.
김신욱은 장신 외에도 다양한 장점을 갖춘 선수다. 김신욱이 투입됐을 시 선수들의 플레이가 지시 없이 갑자기 변한다면, 그건 김신욱의 책임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책임이다.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김신욱이 장신 외에 자신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도록 다른 공격수들과 똑같은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게 플레이가 긴 패스 위주로 바뀐다고 한다면 핑계에 불과하다. 그들로서는 적당한 이유 없이 자신의 경기 스타일이 바뀐다면 적절한 이유를 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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