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도란도란] 신인 이용하, 공 한 개에서 느낀 포수의 조건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11.07 07: 15

"저는 편하게 볼 수 있는 포수가 되고 싶습니다".
스포츠 기자라면 신인 선수들에게 으레 물어보게 되는 프로에서의 목표. 그 중 기억에 남는 답변은 많지 않다. 하지만 포수 이용하(18, 넥센 히어로즈)의 대답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지난달 26일 넥센은 목동에서 집합해 30일 일본 가고시마로 떠나는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내년 신인 중에서는 염 감독이 선별한 4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내야수 임병욱, 임동휘, 김하성, 그리고 포수 이용하였다.

아직 이병훈 KBS 해설위원의 아들로 더 유명한 이용하지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프로에 대한 간절함과 의욕이 묻어났다. 그런 그에게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묻자 "제가 앉아 있으면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사실 그 대답이 참신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그 목표를 가지게 된 계기가 뜻깊었다. 성남고 2학년 때 외야수에서 포수로 전업한 이용하는 학교 사정상 어깨너머로, TV로 포수를 배웠다. 그러던 올해 마지막 경기였던 대통령배 마지막 광주일고와의 경기. 성남고는 9회초까지 1-0으로 앞서 있었다.
그러나 이용하는 1사 1,2루에서 낙차 큰 공을 놓치면서 포수 패스트볼로 주자를 2,3루에 보냈고 바로 짧은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날 성남고는 10회 승부치기 끝에 결국 1-2로 끝내기패를 당했다. 경기가 끝나고 이용하는 포수 장비를 모두 챙기며 그라운드를 하염없이 봤다고 했다. 팀의 올해 마지막 경기를 내주고 만 그는 "그 공 하나만 막았더라면" 했다.
이용하는 "그 포일 하나에 처음으로 포수 블로킹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앞으로 내가 홈플레이트에 앉아 있으면 그 경기는 편히 볼 수 있겠다 싶은 포수가 되고 싶다. 아직 포수는 2년 밖에 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제 가능성을 믿고 있다. 제 장래성을 보고 뽑아주신 구단에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장점은 포수이자 거포라는 점이다. 그는 올해 17경기에 나와 1홈런 포함 20안타 타율 3할7푼 장타율 5할1푼9리를 기록했다. 넥센에서도 그의 힘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9월 29일 목동 두산전에 신인 인사를 하러 와서 학교 선배 박병호의 한 경기 3홈런을 보고 말았다. 그가 느낀 프로의 첫 모습이었다.
이용하는 "사실 고등학교 때는 프로 경기를 볼 일이 많지 않았다. 그 날이 프로 경기에서 와서 직접 본 첫 홈런이었다. 그때 프로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꼭 오고 싶었던 팀이었고 박병호 선배님과 한 팀에서 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처음에는 자주 뵙기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해서 언젠가 곁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넥센은 타팀에 비해서도 좋은 자원을 많이 지명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좋은 씨앗도 싹을 틔우고 커야 비로소 열매를 맺듯 앞으로 그 선수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자라나느냐가 넥센의 선수 농사를 좌우한다. 새내기 포수 이용하가 굳은 각오와 목표 의식으로 첫 '밭 갈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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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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