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달라진 것은 성적뿐이 아니다. 부상관리, 1·2군 운영 방식과 더불어 신예 선수들의 군 입대도 계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작년 겨울에 이어 올 겨울에도 LG의 많은 신예 선수들이 군 입대한다. 1년차부터 1군 무대서 활약한 임찬규와 최성훈을 비롯해 2013시즌 가능성을 보인 정주현, 2군 무대서 선발투수로 꾸준히 등판한 송윤준과 나규호, 외야수 이천웅과 유격수 강승호, 그리고 고교시절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린 배재준 등이 연말에 경찰청이나 상무, 혹은 공익으로 군복무에 임한다.
사실 많은 감독들이 신예 선수들의 군 입대를 꺼린다. 아무리 불확실한 카드라고 해도, 하나라도 더 쥐고 있기를 바라는 게 성적을 내야하는 감독의 심정이다. 예전의 LG 또한 그랬다. 내야수 박경수를 비롯해 암흑기 시절 팀의 주축으로 올라선 많은 신예 선수들의 군 입대가 계획없이 연기됐다. LG의 선수층이 얕은 탓이 컸지만, 어떻게든 성적을 내야했고 때문에 1·2군·신고선수 엔트리는 빈 틈이 없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악순환만 낳았다. 당시 LG는 성적이 나지 않음에도 레귤러 멤버의 변화는 드물었다. 그러다보니 2군 선수들의 성장 또한 더뎠다. 일찍이 1군 무대서 재능을 보인 신진세력들이 이따금씩 슬럼프에 빠지거나 부상으로 주춤해도 군 입대보다는 하루 빨리 이들을 정상궤도로 돌려놓아 1군서 뛰게 하려 했다. 구리구장에 등번호 세 자릿수 선수들이 넘쳤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2, 3년 후를 내다봤다. 감독실에 걸려있는 1·2군, 그리고 군입대 선수들의 리스트는 매일 매일 업데이트된다. 이렇게 김 감독은 선수 하나하나의 상황을 살피면서 커다란 그림을 그린다. 실제로 김 감독은 2013시즌 도중 선수들 리스트를 바라보며 “내년에 윤지웅이 돌아오는 만큼, 류택현과 이상열의 부담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외야진 세대교체 또한 지금 군에 가있는 윤정우와 서상우 등이 돌아오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2011 드래프트 당시 1라운드서 넥센의 지명을 받은 좌투수 윤지웅은 2년 전 FA였던 이택근의 보상선수로 LG에 입단했다. 올해 퓨처스리그 성적은 40경기 108이닝 소화에 6승 5패 1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83으로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으며 장원준과 경찰청 마운드의 핵을 이뤘다. 윤지웅은 전역과 동시에 미야자기 교육리그를 치렀고, 현재 고치 마무리 캠프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윤정우와 서상우는 올해 상무 1년차를 보냈다. 윤정우는 LG 선수 중 타석에서 1루까지 가장 빨리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서도 도루 23개를 기록했다. 서상우 또한 퓨처스리그 타율 3할6리 8홈런 79타점을 찍으며 남부리그 최다 타점상을 수상했다. 물론 이들이 전역 후 곧바로 1군 무대 활약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윤정우가 대학시절 투수, 서상우가 대학시절 포수였던 것을 염두에 두면, 상무서 외야 포지션에 적응할 시간을 준 것은 분명 탁월한 전략이다.
사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삼성과 두산이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과 두산 모두 신예선수들의 군 입대를 일찍 결정한다. 삼성의 박석민과 최형우는 각각 상무와 경찰청 활약 후 2008시즌부터 팀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두산은 양의지 민병헌 최재훈 오현택이 군에서 기량이 향상됐고 1군 무대서 날개를 폈다. 재능이 있는 신예선수들에게 오히려 빠른 군 입대를 권유했고 이는 이들이 20대 중반부터 1군 무대에 자리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빠른 군입대가 가져오는 효과는 선수단의 선순환 외에도 많다. 당장 FA 시장과 11월말에 열리는 2차 드래프트서 유망주들이 군보류 명단에 있거나, 군 입대가 예정되어 있으면 보호명단을 짜기가 쉬워진다. 군보류 선수의 경우 보호 명단에 넣을 필요 없이 자동 보호되며, 군 입대 예정자를 지명하는 것은 아무래도 타 팀서 꺼릴 수 밖에 없다. 2014시즌이 끝나면 KT에 20인 보호선수 외 한 명을 줘야한다. 이때도 LG 신예 선수들의 빠른 군 입대는 빛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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