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화면이 구부러진 '커브드' 스마트폰을 차례로 출시하면서, 하반기 새로운 스마트폰 경쟁의 막이 올랐다. 그러나 두 제품을 휴대폰 산업의 또 다른 '혁신'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일러보인다.
▲세계 최초 커브드 폰 '갤럭시 라운드'의 한계
먼저 '세계 최초' 커브드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세계 최초로 구부러진 모양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갤럭시 라운드'를 공개했다. '갤럭시 라운드'는 5.7형에 좌우가 오목하게 구부러진 화면을 적용했다.

'갤럭시 라운드'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긴 했지만, 이를 진정한 플렉서블(화면이 휘는) 스마트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화면이 휘어있는 모양이지만, 임의적으로 구부리거나 휠 수는 없는 탓이다. 이는 플라스틱 OLED 화면에 강화유리를 덧씌웠기 때문이다.
또 기판이나 부품 등 디스플레이 외 부품들은 평면이다. 따라서 기존에 플렉서블 폰에 기대하던 유연성, 내구성 향상은 찾기 어려웠다.
'갤럭시 라운드'는 구부러져 협소해진 내부공간에 일자형 배터리를 넣어 배터리 용량도 줄어들었다. '갤럭시 라운드'와 같은 화면크기를 가진 갤럭시 노트3와 비교했을 때, 배터리 용량이 3200mAh에서 2600mAh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라운드'를 국내 시장에, SK텔레콤을 통해서만 한정적으로 출시한 점도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한 시험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플렉서블 스마트폰의 가능성 엿본 'G플렉스'
LG전자는 지난 6일 'G플렉스'를 공개했다. 'G플렉스'는 '갤럭시 라운드' 보다 한 달 정도 늦었지만, 좀 더 플렉서블 스마트폰에 가까운 형태로 출시됐다.
먼저 'G플렉스'는 화면이 위아래로 휜 커브드 스마트폰으로, 탄성도가 높은 6인치 플라스틱 OLED 화면을 적용했다.
'G플렉스'가 '갤럭시 라운드'와 다른점은 배터리도 휘어진 제품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커브드 배터리는 LG화학이 개발한 '스택앤폴딩(Stack&Folding)' 기술이 적용돼 구부릴 때도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한다. 또 기존 배터리 용량인 3500mAh를 유지했다.
또 'G플렉스'가 충격에 강하게 설계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G전자는 "G플렉스는 탄력적으로 설계돼, 충격에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40kg의 압력을 2초 동안 주는 실험을 100회 연속으로 실행했음에도 'G플렉스'의 형태가 유지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세하지만 실제로 휘면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이유는 OLED를 보호하는 겉화면 강화유리 대신 탄력있는 강화 플라스틱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운드'가 화면이 휘어있음에도 이를 보호하기 위해 강화유리를 적용해 실제로 부구러질 수 없는 것과 차이가 있다.
또 LG전자는 'G플렉스'를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먼저 출시한 후,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권봉석 LG전자 MC본부 상품기획그룹장은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G플렉스'는 '셀프힐링' 기능이나 '후면키' 등을 적용했지만, 이 역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존 전략폰 라인에 적용되던 풀HD 화면이 적용되지 않았다. 'G플렉스'의 화질은 HD(1280x720)로 풀HD(1920x1080) 보다 부족하다. LG전자는 "단순히 화소 수치를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지만, 화질 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99만 9900원의 높은 가격 또한 'G플렉스'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갤럭시 라운드'와 'G플렉스' 모두 커브드 스마트폰으로서 세계 휴대폰 시장에 또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하드웨어의 일부 변화만을 두고 진정한 휴대폰의 '혁신'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더 극적인 하드웨어의 발전 혹은 이를 충분히 활용해 사용성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함께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커브드 스마트폰이 휴대폰의 또 다른 발전의 단계의 시발점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luckylucy@osen.co.kr
위부터 '갤럭시 라운드' 'G플렉스'./각각 삼성전자, LG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