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트라우마라 해도 될 정도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가 연일 배우들의 하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10명이란 적지 않은 수의 배우들이 하차한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일단 7일 오후 불거진 배우 임예진의 ‘제작진 일방적 통보 하차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오로라 공주’ 제작진 측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임예진 씨가 이번 금요일 120회를 마지막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그동안 훌륭한 연기 보여주신 임예진 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번 하차는 작가와 제작진의 일방적인 결정사항이 아니고, 드라마의 전개방향과 연기자 본인의 개인적 사유 등을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결정한 사항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임예진의 소속사 GBT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OSEN에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아서 하차한 건 근거가 없는 얘기다. 제작진하고 우리 쪽(임예진) 하고 합의 하에 하차하게 된 것이다"라며 "임예진 씨는 애초 120회까지 계약을 했고, 이후 30회 연장이 결정된 후 다음 작품을 위해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것뿐이다"라고 하차 이유를 설명했다.


임예진의 하차가 결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 해도, 시청자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모두가 공공연히 알고 있다. 이미 ‘오로라 공주’에서 임예진을 포함해 하차한 배우들이 10명이나 되기 때문. 또 배우들의 예고없는 하차는 극 중 인물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전개에 어울리지 않는 외국 행으로 무마되는 등 드라마 내용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오로라 공주'에 막장 오명을 씌웠다.
뿐만 아니라 이유없이 하차했던 배우들 중 일부는 방송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에 대해 이해할 수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던 터. 때문에 이 모든 하차 문제의 중심에는 대본으로 극 중 배역의 생과 사를 좌지우지하는 임성한 작가의 영향력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개입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오로라 공주’의 방송 초반 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의 세 오빠들 중 첫째와 둘째 오빠 역을 맡았던 배우 박영규와 손창민은 갑작스러웠던 하차에 대해 언급하며 당황스러움을 표한 바 있다. 특히 손창민은 지난달 보도전문채널 YTN과의 인터뷰에서 ‘오로라 공주’ 하차에 관해 “나도 황당하다”라며 “(하차 전날) 밤까지 녹화를 하고 새벽에 끝났는데 그 다음날 12시쯤에 방송사의 간부께서 전화가 와서 이번 회부터 안 나오게 됐다고 말을 했다. 이유와 명분에 대해 모른다고 하셨다”라고 답답함을 표한 바 있다.
또 그는 앵커가 출연료 문제 때문에 하차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겠다. 그리고 아마 모든 이번 일의 키포인트는 오로지 한 사람이다"라며 "드라마에서 하차를 할 때 최소한의 도의적으로, 예의적으로 통보를 하게 돼 있다. 이런 이유로 이야기가 변경되고 일정이나 여러 가지 양해를 구하고 또 다른 것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전무후무하게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이…”라고 드라마 하차 과정의 부당함을 드러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물론 손창민은 이후 인터뷰 당시 자신의 발언이 임성한 작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시청자들이 갖고 있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진 뒤였다.
놀랍게도 현재 '오로라 공주'는 연장을 논의 중이다. MBC 한 관계자는 7일 불거진 '오로라 공주' 50회 연장설에 대해 "제작진에게 문의한 결과 '오로라 공주' 연장을 논의 중인 것은 맞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임예진의 경우처럼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채 방송이 연장된다면 극 중에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엉뚱한 설정으로 사라질 배우들이 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으로 가고 있는 '오로라 공주'가 어떤 결론을 맞이하게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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