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드’ 주희정(36, SK)이 프로농구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달성했다.
주희정이 속한 SK는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 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64-59로 눌렀다. 친정팀을 상대로 주희정은 18시즌 역사의 KBL에서 최초로 정규시즌 5000어시스트를 돌파했다.
경기 전 주희정은 KBL 최초 정규시즌 개인통산 5000어시스트 달성에 단 한 개만을 남겨뒀다. 또 정규시즌 통산 1043개의 3점슛 성공으로 김병철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라있는 상황이었다. 3점슛과 어시스트 각각 한 개씩만 달성하면 KBL의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로 써지는 순간이었다.

1쿼터 후반 드디어 주희정이 투입됐다. 주희정은 골밑의 김선형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뿌렸다. 하지만 김선형이 다시 외곽으로 패스하면서 어시스트 기회는 무산됐다. 주희정의 패스를 받은 박상오의 3점슛도 불발됐다. 아홉수에 걸린 것처럼 마지막 남은 어시스트 하나는 쉽게 달성되지 못했다. 주희정은 2쿼터 벤치로 돌아갔다.
4쿼터 다시 투입된 주희정은 종료 6분 2초를 남기고 코트를 파고들었다. 주희정이 건넨 패스를 받은 최부경은 깔끔한 점프슛을 넣어 마침내 선배의 5000번째 어시스트를 도왔다. 승패를 떠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주희정의 5000어시스트는 은퇴한 서장훈이 세운 정규시즌 1만 득점과 함께 KBL에서 도저히 깨질 수 없는 대기록으로 꼽힌다. 어시스트 능력을 떠나 주희정처럼 완벽한 몸 관리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주희정은 1997-1998시즌 ‘연습생 신화’를 써내려가며 고려대를 중퇴하고 일찍 프로에 데뷔했다. 그는 무려 17시즌 연속으로 코트를 밟고 있다. 주희정은 집안사정으로 군대도 면제를 받았다. 다른 선수들은 17시즌을 뛰는 것 자체가 굉장한 모험이다. 주희정보다 몇 년 늦게 데뷔한 선후배들도 대부분 코트를 떠났다. 최연소로 데뷔했던 주희정은 어느덧 프로 최고령 선수가 됐다.
주희정은 17시즌을 뛰면서 시즌 당 48.8경기를 소화했다. 예전에 KBL이 정규시즌 45경기를 치른 탓이지 주희정이 아파서 빠진 것이 아니다. 그의 경기당 평균 어시스트는 6.1에 달한다. 현재 KBL의 어시스트 1위는 평균 5.7개를 올리고 있는 2년차 가드 김시래다. 그가 주희정의 기록을 깨려면 앞으로 20년 뒤 44살까지 부상 없이 뛰어도 될까 말까다.
주희정은 친정팀 KGC를 상대로 대기록을 달성해 의미를 더했다. 2008-2009시즌 KT&G시절 주희정은 평균 15.1점, 8.3어시스트, 4.8리바운드, 2.3스틸의 대활약으로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정규시즌 1위가 아닌 팀에서 MVP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임팩트가 대단했다.
당시 코치로 있던 이상범 감독은 “주희정의 기록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 내가 데리고 있어봐서 알지만 남들이 놀 때 안 쉬고 운동하면서 땀을 흘려 이뤄낸 것이다. 체력관리는 정말 대단하다”며 주희정을 칭찬했다.
5000개의 어시스트 속에는 2점슛도 있고 3점슛도 있다. 주희정의 도움을 거쳐 올린 동료들의 득점이 1만점을 훌쩍 넘는다는 소리다. 이미 주희정은 프로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주희정이 코트를 계속 밟는다는 사실 자체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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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