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광저우 현지 반응은 우승 축제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광저우와 결승 2차전을 겨냥한 최용수 감독의 말은 조용하지만 단호했다. 최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오는 9일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아시아의 맨시티'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우승을 건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1차전 서울 원정에서 2-2 무승부로 돌아온 광저우는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분위기다. 현지 언론과 팬들은 이미 광저우의 우승을 확신하고 있고, 서울의 패배를 예언하며 조롱과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그럴만도 하다. '아시아의 맨시티'라 불릴 정도로 막대한 자금력과 무리퀴-콘카-엘케슨의 용병 트리오, 홈에서 강한 '안방불패'의 저력을 더한 자신감이다. 6만 장의 결승전 티켓이 이미 매진됐을 정도로 뜨거운 광저우 팬들의 열기는 ACL 홈 무패-무실점 원동력으로 손꼽힌다.
원정에서 2골을 넣었기 때문에 서울에 패하거나 3-3 이상의 무승부만 허용하지 않으면 우승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도 광저우에 유리해보인다. 그 때문인지 광저우는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에 복잡한 오일러 등식까지 사용해가며 3-0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막강한 화력의 광저우가 홈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상황이란 없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하지만 이런 광저우의 도발에 맞서는 서울은 그저 차분하게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최 감독은 현지의 이런 분위기를 미리 내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쉽게 들뜨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최 감독은 "이미 광저우 현지 반응은 우승 축제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라며 '공은 둥글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분명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호화 용병들로 무장한 광저우는 넘기 쉬운 상대는 아니다. 서울 선수들의 몇 배는 되는 연봉과 우승에 걸린 어마어마한 수당 등, 자금력을 무기로 삼아 중국을 아시아 축구의 패자로 만들려는 광저우는 어찌보면 골리앗 같은 존재다. 하지만 다윗의 돌팔매 한 번으로 골리앗이 쓰러졌듯, 서울의 날카로운 한 방이 광저우를 쓰러뜨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축구이기 때문에 그 어떤 상황도 호언장담할 수 없다. 공은 둥글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 서울은 그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조용히 기적의 공식을 그리고 있다. 적지 한가운데서 그들이 말하는 '기적'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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