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류현진 자선 행사 보이콧…왜 그랬을까?
OSEN 이우찬 기자
발행 2013.11.08 06: 36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자선 행사 주최를 맡은 주최사가 미숙한 행사진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경호 업체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고 류현진 인터뷰 진행도 오락가락했다. 팬들에 대한 배려도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 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류현진(26)과 그의 친구들로 구성된 ‘HJ99’와 연예인 야구단 ‘조마조마’의 친선 경기가 열렸다. 문제의 시작은 경호를 맡긴 업체와의 의사소통 부재였다.  
이날 오후 9시에 열리기로 돼있던 자선 경기를 앞두고 사진 기자와 취재 기자들은 더그아웃에 들어갈 수 없었다. 경호업체 쪽에서는 “행사 주관하는 곳과 얘기가 안 됐다”며 취재진들의 경기장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취재진들은 예정된 행사 진행 시간을 30분 남기고도 경기장에 출입할 수 없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주최측이 미디어 관계자들과 만나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였다. 하지만 주최측 관계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경호 업체 측을 통해서만 지시와 통제를 했다.
경호 담당자들은 “경호를 맡아달라고 어제 연락받았다. 류현진 자선 경기가 있는 것은 우리도 오늘 알았다”고 발을 뺐다. 또 "계속 담당자와 얘기하고 있다"고 시간을 끌었다. 정작 취재진 앞에 설명할 의무를 지닌 주최 관련자는 자취를 감췄다.  
주최사의 류현진 인터뷰 진행도 가관이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8시쯤 경호 담당자 중 한 명은 “류현진과 경기 후 5분 동안만 인터뷰가 된다”고 했다. 당초 보도 자료와는 달랐다.
30분이 지나서야 관련자가 나타나 “경기 전 10분 인터뷰와 끝나고 5분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또 다시 말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경기 전에는 더그아웃 등을 둘러봐도 된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하면 안 된다”고 했다. 뚜렷한 기준은 없었고 애매모호한 땜질식 진행이었다. 
주최사는 “더그아웃 취재도 안 된다. 관중석이 있는 2층 테이블석만 취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물망이 쳐있는 2층 테이블석에서 취재하라는 것은 사실상 류현진 취재를 하지 말라는 의미다. 사진기자는 보통 야구 경기에서 더그아웃 가까운 곳에서 취재한다. 선수와 가까운 곳에서 호흡해 그의 생생한 모습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기자들은 더그아웃 취재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자 8시 20분쯤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스포츠 전문지와 온라인사, 통신사 사진 기자들은 취재를 보이콧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팬들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이날 류현진은 아시아소사이어티(Asia Society) 코리아센터 창립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느라 예정된 경기 시간보다 30분 늦게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도 9시 40분 쯤 시작됐다. 오후 9시 현재 기온은 11도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다.
하지만 예정된 경기 시작 시간에서 20분이 지난 9시 20분이 돼서야 경기가 10분 지연된다고 안내 방송을 틀었다. 부랴부랴 안내 방송으로 “류현진 선수가 교통 상황 때문에 10분 뒤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고 말했다. 야구팬들은 추위 속에 이미 20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괴물’ 같은 실력으로 한국 야구팬들을 뜨겁게 만들었다. 올해 야구팬들을 설레게 했던 키워드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류현진의 이름에 걸맞지 않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어설픈 조화가 만들어낸 촌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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