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들이 프로야구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11.08 10: 40

"아직 더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던지고 싶다".
일본 프로야구계의 최고령 투수 야마모토 마사히로(48)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주니치 드래건스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야마모토는 올해 16경기에 등판해 5승2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 종전 연봉(6000만엔)에서 2000만엔 삭감된 4000만엔에 도장을 찍었으나 구단은 그에게 대신 다른 선물을 줬다.
최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니시야마 주니치 구단 대표는 계약 후 "사인은 하지 않았지만 오치아이 감독이 야마모토에게 50살까지 뛰어달라고 이야기했다. 만약 힘이 떨어지면 내후년에는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던져야 할 것"이라고 농담을 섞은 부탁을 전했고 야마모토는 "아직 더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던지겠다"고 화답했다.

50세의 프로 선수. 우리나라에서도 반백의 노장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LG 최동수(42), SK 박경완(41)이 은퇴하면서 만 40대 선수도 최향남(42, KIA), 류택현(42, LG), 송지만(40, 넥센) 밖에 남지 않았다.
그중 송지만도 올 시즌 그라운드와의 이별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1월 미국 스프링캠프에 다녀온 뒤 2차 일본 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가 야구를 계속 하는 것을 좋아하던 아내가 처음으로 그에게 '올해 잘 마무리하고 끝내는 것은 어떻냐'고 이야기를 꺼내줬다. 송지만은 5월쯤 구단에 2014년 플레잉 코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구단에서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구단은 그에게 1년 더 뛰어주기를 바랐다. 올 시즌 이미 1군보다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던 송지만이지만 1군에서 보여줬던 그의 리더십과 투혼이 팀에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결국 팀의 제안으로 유니폼을 1년 더 입게 됐다.
그는 "팀에서 아직 저를 더 필요로 한다니 감사하다. 올해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1년을 보냈는데 내년 시즌은 저에게 더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이다. 후배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열심히 훈련하면서 그라운드에서는 팀에 보탬이 되고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리빌딩이 거의 완성된 넥센에서 송지만의 역할은 '보험'이다. 내년 역시 유망주들과 함께 2군에서 뛰어야 하는데 40대 노장에게 그 생활은 어렵기 마련이다. 송지만은 "2군에서는 후배들이 나를 보고 배운다는 생각에 언행 하나도 조심하게 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베테랑들은 레전드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밀리듯이 야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송지만과 야마모토를 보면 알 수 있듯 노장들의 생각, 행동은 프로야구의 역사와 같다. 그들의 역할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뿐 아니라 후배들이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오래 그라운드를 지킬 수 있는지를 몸소 앞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넥센과 송지만의 동행이 1년 더 늘어난 것은 송지만 뿐 아니라 후배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넥센의 유망주들은 '살아있는 교보재'와 함께 야구를 배울 수 있다. 그것이 노장들이 프로야구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이고 우리가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야 하는 이유다. 야마모토와 송지만의 '야구 황혼기'가 아름다운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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