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27, 서울시청)에 대한 성 정체성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여자실업축구 WK리그 소속 6개 구단 감독들은 한국여자프로연맹에 "박은선이 계속해서 WK리그 경기에 나설 경우 2014년도 시즌에 출전을 하지 않겠다"며 보이콧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지난 5일 밝혀졌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1일 팩스를 통해 전달됐으며 6일 예정된 WK리그 단장회의에서 정식결의서를 제출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박은선의 성별논란을 제기하면서 내년에 박은선이 리그에 뛸 수 없도록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박은선이 계속 경기에 뛰면 내년 리그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다. 하지만 파문이 커져 비난의 목소리가 잇따르자 '농담이었다'로 변했다. 서정호 감독이 한 매체와 인터뷰서 비분강개하며 "(타 감독들이) 농담으로 얘기했다고 하는데 농담으로 얘기했으면 농담으로 끝내야지, 사람 죽여놓고도 농담이라 할 거냐"며 분노한 이유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서울시체육회는 7일 서울 중랑구 서울시체육회 1층 대강당에서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과 주원홍 서울시체육회 실무부회장, 김준수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박은선의 성별논란은 두 번 다시 재론되어서는 안된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해당구단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는 요지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또 서울시체육회는 "2013년 12월 31일까지 박은선의 출전 가능 여부를 정확히 판정하여 주지 않을 시 서울시청팀을 제외한 6개 구단은 2014년 시즌 출전을 모두 거부한다"는 내용을 담아 연맹에 보내진 간담회 문서를 공개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박은선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여성 스포츠 선수의 경우 상대에 위압감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는 판단아래 어린 시절부터 남자들과 같은 모습을 하는 것이 관례이기도 했다. 남자와 같은 모습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철저하게 조사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차별에 대한 진상조사와 처벌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행보도 필요하다.
박은선의 성별논란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중국 대표팀의 상루이화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아시안컵을 앞두고 박은선의 성별 검사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박은선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해 이 일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박은선에게는 충분히 상처로 남을 만한 일이었다.
박은선과 비슷한 사례는 해외에도 있다. 캐스터 세메냐(남아공)은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 우승 후 박은선과 비슷한 논란이 생겼다. 철저한 조사 끝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는 세메냐가 여자부 경기에 출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냉철한 판단으로 정확한 기준을 마련했다.
또 간성(間性) 유도선수 에디내시 실바의 경우도 있다. 실바는 여성 염색체인 XX이면서 남성 생식기를 갖고 태어난 간성(間性)이었다. 실바는 고환을 제거한 뒤 여성 선수로 인정받아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에 출전했다.
세계 스포츠계에 성별검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66년 유럽육상선수권대회 때 도입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도 1968년 멕시코 올림픽서 시작했지만 여성단체의 반발로 인해 1999년 중단됐다. 그러나 세메냐 파문이 불거진 뒤 IOC는 2011년 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2004년 성별검사를 받았던 박은선에게 다시 검사를 하라는 것은 물론 차별일 수 있다. 하지만 오해소지를 정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대한축구협회 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도 정확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인권과 함께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페어 플레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높은 성과를 낸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되지만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어 벌이는 스포츠서 불리한 상황이 이어져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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