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해태 손호준 "고아라 남편, 나였으면…"[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11.08 07: 39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전작에 이어 또 다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방송 3주만에 시청률 6%대 진입을 목전에 뒀으며,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다양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같은 '응답하라 1994' 인기 요인으로는 신원호 PD-이우정 작가 콤비의 쫄깃한 연출과 대본,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들, 그리고 이들을 생생하게 맞춤옷처럼 소화하는 배우들의 호연 때문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경상도 출신 삼천포(김성균 분)와 전라도 출신 해태(손호준 분)의 환상호흡은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은 게 난생 처음"이라며 얼떨떨해하는 배우 손호준, 그와 합정동 OSEN에서 만나 '응답하라 1994'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내내 한껏 표준어를 사용하려 애쓰는 손호준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

# 해태 손호준의 짝꿍…고아라 vs 도희
'응답하라 1994'는 신촌하숙집 딸 성나정(고아라 분) 미래 남편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작품이다. 하숙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쓰레기(정우 분), 칠봉이(유연석 분), 빙그레(바로 분), 해태, 삼천포 다섯 남자가 용의선상에 올라있는 상황. 매회 다양한 단서들이 쏟아지며, 시청자들의 추리를 부추긴다.
"나정이 남편은 출연진도 몰라요. 궁금해서 감독님께 여쭤보는데 도저히 가르쳐주질 않거든요. 아무래도 쓰레기-칠봉이에게 몰려있는 분위기인데, 욕심 같아서는 '나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죠. 아직 저는 이름 힌트조차 안나왔어요. 왜 이렇게 꽁꽁 숨겨놓을까요?(웃음)"
나정의 남편찾기를 조금 비틀어 해태를 중심으로 바라보면, 해태의 짝꿍찾기라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생겨난다. 해태는 나정 남편 '김재준' 후보자 5인중 1인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삼천포와의 뜨거운(?) 男男케미, 전라남도 여수 출신의 '서태지빠' 윤진(도희 분)과의 묘한 기류가 그렇다.
"이렇게 추리를 요구하는 드라마인줄 정말 몰랐어요. 전작 '응답하라 1997'을 봤을 때는 추리보다는 과거의 향수에 젖기만 했거든요. 윤진과의 관계도 지켜봐야겠지만, 도저히 결말을 모르겠어요. 많은 분들이 바라는 쪽으로 꼭 흘러가진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 기억에 남는 장면? '눈물의 무화과잼'
"눈X을 확 뽑아다가 깍두기랑 오독오독 씹어불라니까."('응답하라 1994' 2회 해태의 대사中)
매회 인상깊은 장면들을 배출하며 '응사앓이' 시청자로부터 '버릴 대사와 장면이 하나도 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응답하라 1994'. 특히 2회에 등장한 해태-삼천포의 불꽃 신경전은 전라도-경상도 사투리 욕배틀로 온라인상에서도 큰 화제를 낳았다. 미리보기 형식의 0회 방송에 예고됐던 해당 장면은 방송 전임에도 23만뷰라는 경이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장면엔 사실 비밀이 있어요. 대본에는 그냥 '싸운다'로 표기돼 있는 걸, (김)성균형과 직접 맞춰가며 현장에서 만들었거든요. 그 장면이 크게 부각돼 엄청 놀랐어요. 성균형에게 '참 뿌듯하고 신기하지 않니? 소름돋는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사투리 대사에 있어서는 각자 출신지역에 따라 틀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바꾸는 걸 작가님이 허락해주시거든요."
해태-삼천포의 욕배틀이 묘한 웃음 포인트를 생성해 전국팔도 사투리 향연의 서막을 알렸다면, 4회에 등장한 해태의 '눈물의 무화과잼' 장면은 고향에 상관없이 부모의 곁을 떠나 독립을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격한 공감을 이끌어내며 가슴을 아리게 했다.
"정말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많은 분들이 SNS로 '어머니 생각이 났다', '방송을 보고 고향집에 전화했다'는 멘션을 남겨주셨어요. 저도 그 장면을 찍으면서 울컥 했거든요. 촬영 후엔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죠. 본 방송을 보면서도 다시 한 번 찌릿했어요."
# 타고난 배우? NO, 철저한 노력형 배우
손호준의 필모그래피에는 영화 '고사' 시리즈, '바람', 드라마 '커피하우스' 등이 있다. 하지만 '바람'의 영주와 '응답하라 1994' 해태가 동일인물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수두룩하다. 그도 그럴것이 '바람'에서는 걸쭉한 부산 사투리, '응답'에서는 리얼한 순천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 이같은 연기 변신에는 모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영화 '바람'을 찍을 때 엄청 고생했어요. 촬영 전 부산에서 두 달간 머물면서 재래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자연스러운 사투리 습득을 위해 노력했거든요. 가진 게 워낙 없어서 노력이라도 해야해요. 당시에 비하면 '응답하라 1994' 해태의 순천 사투리는 (광주 출신인만큼) 수월한 편이죠."
지난 2007년 그룹 타키온으로 데뷔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결국 드라마와 영화의 조연으로 출연하며 웅크려 있던 그가 '응답하라 1994'를 만나 날개를 펼쳤다. '연기가 너무 좋다'고 털어놓는 그의 목표는 단촐했지만, 진심이 묻어났다.
"스타를 꿈꿨던 적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념했죠. 나중엔 '일만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의 관심들은 그야말로 꿈 같아요. '응답하라 1994'를 무사히 잘 마무리하고 좋은 연기로 보답하는 것밖에 고마움을 표현할 방도가 없네요. 연기를 꾸준히 하면서 많은 분들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연기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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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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