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뉴 X5, ‘인텔리전트 사륜구동’ 온•오프로드에 상시 자유를 허하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3.11.08 09: 59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는 너무 자주 들어 식상함마저 드는 카피다. 그렇다고 이 말에 딱 맞는 상황이 생겼을 때는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계적으로 130만 대가 판매 된 베스트셀러 ‘X5’의 3세대 모델인 ‘뉴 X5’는 운전자가 그 무엇을 원하든, 원하는 이상을 수행해 내는 차다.
지난 5, 6일 양일간 전라남도 여수와 경상남도 남해 일대를 순환하는 시승코스에서 ‘뉴 X5’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탁월함’ 그 자체였다. 스피드, 안정감, 실용성 등에서 딱히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그래도 굳이 할 말을 찾아야 한다면 동급 차종이 아닌, 세단과의 비교에서나 찾을 수밖에 없었다.

▲고속도로 주행, 420d 640d와도 나란히
‘JOY Driving Experience’라는 주제로 진행 된 BMW의 이번 시승행사는 ‘뉴 X5’를 비롯해 최근 선보인 ‘뉴 3시리즈’ ‘뉴 4시리즈’ ‘뉴 5시리즈’ ‘뉴 Z4’ ‘그란투리스모(GT)’ 등 BMW의 핵심 라인업이 총동원 됐다.
시승 코스 중 남해 고속도로 구간에 들어서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 차량들이 저마다 주행성능을 뽐내기 시작했는데, X5의 파워풀한 엔진은 태생적으로 날렵한 주행성능을 자랑하는 420d, 640d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시승행사에 동원 된 ‘뉴 X5 xDrive30d’는 직렬 6기통 BMW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258마력과 최대토크 57.1kg•m의 힘을 발휘하는데 이는 전 세대보다 각각 13마력과 2.0kg•m이 증가한 수치다.
시승행사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BMW M 퍼포먼스 트리플 터보차저 기술이 적용된 ‘뉴 X5 M50d’는 최고출력 381마력과 최대토크 75.5kg•m의 힘을 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5.3초 만에 도달이 가능하다. 세단이니 SAV(Sport Activity Vehicle)니 하는 구분이 굳이 필요 없는 성능이다.
뉴 X5의 주행성능을 지원하는 요인에는 공기 역학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SAV 최초로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에어 벤트와 에어 브리더가 적용됐는데 차체 전면 하단에 수직 모양의 구멍으로 형성된 에어 벤트를 통해 에어 커튼이 형성되고, 뒤의 에어 브리더를 통해 공기를 원활하게 배출한다.
차체의 무게를 줄이는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차체에 초고장력 강판, 사이드 패널에 열가소성 플라스틱, 보닛에 알루미늄,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마그네슘을 적용해 2세대 모델에 비해 40kg의 무게를 줄였다(독일기준).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뉴 X5 xDrive30d는 복합연비 12.3 km/l(도심 11.1km/l, 고속 14.3km/l)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162g/km를 실현했고 뉴 X5 M50d는 복합연비 11.7km/l(도심 10.9km/l, 고속 12.9km/l), 이산화탄소는 171g/km를 달성했다.
▲SAV를 있게 한 인텔리전트 4륜구동
BMW의 X5가 귀에 익은 SUV(Sport Utility Vehicle)라는 카테고리를 두고 SAV(Sport Activity Vehicle)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부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도심에서도 민첩한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인텔리전트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를 적용했다는 차별성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xDrive’의 인텔리전트 사륜구동 시스템은 ‘4륜구동’ 차량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인 ‘안정된 지면과의 로드 홀딩 성능 확보’라는 명제를 가장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고안 된 시스템이다. SUV의 4륜구동은 전륜과 후륜의 구동력 분배가 기계적으로 상시 고정 돼 있는 반면에 SAV의 사륜구동은 전자적으로 무한가변 한다. 전륜과 후륜의 구동력이 0~100부터 100~0까지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같은 기술 덕분에 ‘뉴 X5’는 커브 길에서 오버스티어링(핸들이 너무 많이 꺾여 차가 도로 중앙으로 몰리는 현상)과 언더스티어링(핸들이 덜 꺾여 도로 바깥쪽으로 차가 밀리는 현상)이 생기더라도 4바퀴의 구동력을 자동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안정 된 드라이빙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현실 도로에서는 제아무리 진화 된 xDrive라 할 지라도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 시승 도중 헤어핀 구간에서 과도한 스티어링을 시도하다가 손바닥이 땀에 젖는 경험을 몇 차례 했다. 인텔리전트 4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되기는 했지만 세단에 비해 차량중심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한계까지 극복할 정도로 ‘만능’은 될 수 없었다. 만능은 자칫 운전자의 ‘만용’을 부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요구하고 선택하라, 다 들어준다
BMW 모델 대부분이 그렇듯이 뉴 X5도 ‘스포츠 모드’ ‘컴포트 모드’ ‘에코 프로 모드’를 선택해 주행할 수 있게 했다. 운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근래 나오는 차량들이 대부분 장착하는 기능들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모드를 변경해도 차량의 반응은 별 다를 게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뉴 X5’는 운전자의 선택을 매우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편안한 주행성을 원할 때는 ‘컴포트 모드’로,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원할 때는 ‘스포츠 모드’로, 연비 효율을 감안한 운전이 필요할 때는 ‘에코 프로 모드’를 선택하면 운전자가 왜 그 모드를 선택했는지 확실하게 응답해 준다.
따라서 ‘뉴 X5’의 서스펜션이나 주행성능, 연비 효율을 두고 한마디로 이렇다 저렇다 규정을 지을 수는 없었다. 운전자가 어떤 모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기 때문이다. 서로 상충할 수 밖에 없는 몇 가지 핵심 성능들은 철저히 운전자 선택의 몫으로 넘기고 있었다.  
▲’변신의 귀재’ 적재공간
뉴 X5는 적재공간에서 요술을 부린다. 7인승 모델을 통해 BMW 최초로 3열 2인승 시트를 적용했다는 사실이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뉴 X5가 아웃도어 라이프를 중시하는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방증이다.
덕분에 시트를 접거나 세우고, 전동식 테일 게이트를 열거나 닫고, 트렁크의 가로막을 치거나 닫음으로써 운전석을 제외한 뒷공간은 갖가지 형태로 변신한다. 2열 시트의 접이식 등받이는 40:20:40 분할이 가능해 화물 적재 용량을 최소 650리터에서 최대 1,870리터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수 있다. 전 세대 보다 각각 30리터(최소공간)와 120리터(최대공간)가 늘어나 골프백 4개를 싣고도 성인 5명이 넉넉히 탈 수 있도록 했다.
▲남성적인 디자인, 내년에 도입 될 X4를 위한 양보
뉴 X5의 디자인은 전 세대에 비해 역동성이 강조 됐다. 전 세대가 우아한 도심형 SAV로 심미성을 강조한 외관을 지녔다면 뉴 X5는 SAV의 야성이 강조 된 디자인을 취했다.
전장은 4,886mm로 이전 모델에 비해 32mm가 늘어났고 좌우로 커진 헤드라이트와 키드니 그릴은 탄탄한 근육질 이미지를 연상케 했다. X자 모양의 윤곽선이 드러난 앞 범퍼가 ‘X 패밀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측면 스웨이지 라인은 뒤로 갈수록 올라가면서 호프마이스터 킥과 함께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 같은 디자인은 내년에 국내에 도입 될 ‘뉴 X4’의 유려한 디자인과 대조적이다. ‘뉴 X4’의 유려함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뉴 X5’의 노력이 엿보였다.
결과적으로 뉴 X5는 한 발짝 더 SAV의 본질에 다가가 있었다.
뉴 X5 xDrive30d는 일반형이 9,330만 원(VAT 포함), 7인승이 9,790만 원(VAT 포함)이며, 뉴 X5 M50d는 1억 3,790만 원(VAT 포함)이다.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