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드라마는 멜로가 최고인 걸까? 수목드라마 시청률 판도에서 멜로와 직업물의 희비가 확연히 엇갈렸다.
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7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과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극본 유보라, 최호철 연출 이응복, 백상훈)은 각각 전국기준 15.3%, 17.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겹경사가 고무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가운데도 이 자리에 끼지 못하는 비운의 드라마가 있으니 바로 MBC 수목드라마 ‘메디컬 탑팀’(극본 윤경아 연출 김도훈, 오현종)이다. ‘메디컬 탑팀’의 시청률은 3.8%, 그야말로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최저를 나타냈다.

평일 드라마 판도에서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멜로나 로맨스 장르가 더 큰 인기를 얻는 경향은 앞서 방송됐던 SBS ‘주군의 태양’과 MBC ‘투윅스’의 시청률 경쟁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주군의 태양’이나 ‘투윅스’ 모두 인기와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지만, 시청률 경쟁에서 만큼은 ‘주군의 태양’이 압승을 거뒀던 것.
이 같은 결과에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두 드라마 모두 작품성이나 배우들의 연기 면, 내용면에서 어느 한쪽의 뒤처짐 없이 호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장르가 시청률의 차를 만들어 냈다고 풀이해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로부터 높은 몰입을 끌어내기에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드라마 만한 게 없는 것.
‘비밀’과 ‘상속자들’은 각각 격정 멜로와 트렌디멜로라는 장르를 앞세워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비밀’의 경우 탄탄한 스토리와 멜로임에도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범죄 스릴러적인 요소가 가미돼 재미를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자 주인공을 죽은 애인의 살인범이라 오해했던 남자주인공이 진범을 알게 되며, 더욱 피어오르고 있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두말할 것 없이 최고의 평을 받고 있다.
‘상속자들’은 부유층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경쾌한 트렌디 드라마.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는 내용에도 대본을 맡은 김은숙 작가의 필력과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김지원, 크리스탈, 강하늘, 강민혁, 박형식 등 젊은 스타 배우들의 활약으로 갈수록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두 드라마는 주인공들 간에 피어 오르는 사랑의 감정이 확고해지거나 삼각관계가 확실하게 점화될 수록 시청률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맛보고 있다. 반면 직업물인 '메디컬 탑팀'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만 되도 '평타를 친다'고 일컬어 지는 의학 드라마이지만, 장르적인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다른 두 드라마가 보이는 '사랑의 힘'이 너무도 크다. '투윅스'처럼 웰메이드 드라마도 로맨틱 코미디와의 경쟁에서 패배를 맛봤는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메디컬 탑팀'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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