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참 세계적인 가수라는 것을 여기서 인증하네요."
열기는 뜨거웠지만 황당함도 그에 못지 않았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중국 취재진의 황당한 질문에 쓴웃음을 지었다. 최용수 감독은 8일 중국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서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경기를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후의 일전을 맞이하는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최 감독은 "K리그의 역사를 새롭게 쓰기 위해 광저우에 왔다. 내일 경기서 반드시 당당하게 승리해 아시아의 중심에 서겠다"며 "상대는 세계적인 명장이자 검증된 감독이고, 자국내 최고의 팀이지만 현재 우리 선수들에게는 집중력과 자신감, 결속,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다. 그 점이 우리를 설레게 만든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여유로운 모습의 최 감독에게 곧 질문이 쏟아졌다. 중국 취재진들은 '적지'에 방문한 최 감독에게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질문의 내용은 대부분 당황스러운 것들이었다. "팬들은 3-0 스코어로 광저우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승전이 끝난 후 파티와 우승 축하공연도 준비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최 감독의 기자회견 전에 열린 마르첼로 리피 광저우 감독에게 "리피라는 이름이 곧 챔피언을 뜻한다고 봐도 되느냐"며 아부성 질문을 던졌던 것과는 또 달랐다. 뿐만 아니다. 한 중국 취재기자는 "만약 내일 결승전에서 승리해 우승하게 되면 광저우 팬들 앞에서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겠느냐"라고 물었고, 질문을 전해들은 최 감독은 잠시 말문이 막힌 표정을 지었다.
"싸이가 참 세계적인 가수라는 것을 여기서 인증하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은 최 감독은 "경기 전에 레이저 선물도 참 많이 받았는데, 반드시 지지 않겠다. 선수들도 싸움닭처럼 덤빌 것"이라며 전날 훈련 때 광저우 팬들에게 받은 '선물'을 언급했다. 사실 최 감독과 서울 선수단은 광저우에 도착해서 열광적인 홈팬들의 지나친 극성에 시달려야했다. 레이저 공격과 '손가락 욕' 등 원정팀을 향한 도 넘은 행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이어 "경기가 끝난 후에는 리피 감독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이니까 인사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다"며 "강남스타일은 유행이 지나갔다"고 중국 취재진의 황당질문에 우문현답(愚問賢答)의 센스를 발휘했다. 과연 진짜 말을 타고 말춤을 춰본 남자다운 '쿨'한 답변이었다.
costball@osen.co.kr
FC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