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외국인 타자들이 다시 등장한다. 외국인선수 보유 확대로 외국인 3명을 다 같은 포지션으로 할수 없게 됨에 따라 외국인 타자 1명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
각 구단들도 저마다 외국인 타자 영입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왕년의 메이저리그 거포로 한 시대를 풍미한 매니 라미레스(41)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라미레스를 영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그가 한 때 한국행도 희망했기 때문이다.
라미레스는 잘 알려진 대로 올해 대만프로야구에서 잠깐 뛰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자리가 없자 그는 대만 EDA 라이노스와 월 2만5000달러에 3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다. 그는 49경기에서 타율 3할5푼2리 8홈런 43타점을 기록한 뒤 계약 기간이 만료된 6월을 끝으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EDA는 중심타자 라미레스의 맹활약으로 전반기 1위를 차지했고, 침체에 빠졌던 대만 리그도 매니 효과를 톡톡히 보며 대형 스타선수의 힘을 실감했다.

사실 라미레스는 대만에서 뛰기 전후로 한국행에도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에이전트가 국내 몇몇 구단 외국인 담당자 및 에이전트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라미레스가 한국에서 뛸 수 있는지를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당시 외국인선수 2명 보유에 따라 9개 구단 모두 투수들을 기용하고 있었기에 타자 라미레스 자리가 마땅치 않은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 외국인선수 보유 확대에 따라 타자들의 자리가 9명이나 생겼다. 라미레스의 한국행은 가능할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라미레스의 한국행 가능성은 극히 떨어진다. 첫째 라미레스의 나이가 많아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점, 둘째 약물복용 경력으로 인해 괜한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라미레스는 벌써 마흔 살이 넘었다. 나이도 많은데 새로운 리그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 약물 복용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상품성은 있어도 그를 데려가는 팀은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봤다. 라미레스는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약물 복용이 발각돼 메이저리그에서 출장 정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라미레스이지만 오히려 일본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주니치는 모리시게 가즈 수석코치를 도미니카 윈터리그로 보내 라미레스의 몸 상태를 확인한 뒤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열 계획이다. 라미레스가 현역 연장 의지를 보이고 있고, 기량도 괜찮다는 평가. 무엇보다 연봉이 2000만엔에서 3000만엔 수준으로 비싸지 않다. 우리돈으로 2억~3억원 수준으로 한국에서 뛰는 선수들보다도 낮은 값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일본은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가 따로 없다. 라미레스에게 도박을 해도 실패에 대한 부담이 없다. 오히려 마케팅을 통해 얻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가 1명 더 늘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당대 최고스타 출신 라미레스가 한국행을 희망해도 올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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