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창단을 의욕적으로 이끌었던 수장이 갑작스레 자리를 내놨다. 주위에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KT 위즈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그리고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프로야구 10구단으로 2015년부터 1군에 진입할 예정인 KT는 최근 이석채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 회장은 지난 3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솔로몬 왕 앞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며 사의를 드러냈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더 이상 논란이 되는 것이 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불똥은 애꿎은 스포츠단에 튀었다. 이 회장은 재임 시절 KT스포츠단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프로농구단이 최고의 대우로 타 팀 선수들에게까지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아마추어 스포츠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소속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며 선도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스포츠가 그룹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한 대표적인 최고 경영자였다.

농구단이나 아마추어 스포츠와 비교도 되지 않는 덩치인 프로야구단 창단을 전격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장의 추진력 덕이었다. 창단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이 회장은 10구단 선정 당시 야구발전기금으로 200억 원을 써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예상보다 큰 액수로 결정타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 이 회장이 이제 자리에 없다. 공백이 우려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KT 측은 이런 우려에 고개를 흔들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주위에서 그런 시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했다. KT는 국내 굴지의 통신 대기업이다. 야구단을 운영할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 KT 그룹 내부에서 야구단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고 이런 점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또한 밑바탕에 깔려 있다. 오너의 입지가 스포츠단에 영향을 주던 시대도 이제 지났다.
선수단도 차분하게 훈련을 진행 중이다. KT 관계자는 “(11일로 예정됐던) 창단식 일정은 잠정적으로 연기됐지만 선수단 일정은 전혀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7일에 코칭스태프 추가 충원이 발표된 것도 상징적이다. KT는 이날 이숭용 전병호 장재중 코치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 코치들은 개인 신변상의 정리를 마친 후 곧바로 선수단 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코칭스태프는 이제 12명이 됐고 앞으로 추가 충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KT의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별다른 동요는 없다. 선수단은 2015년 1군 돌풍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고 구단도 예정됐던 전폭적 지원을 자신하고 있다. KT 선수단은 17일까지 남해에서 훈련을 한 뒤 20일에는 미 애리조나 투산으로 출국해 2월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악재라면 악재지만, KT는 전혀 흐트러짐 없이 대오를 착착 갖춰나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