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마술사’, ‘시청률 보증수표’ 김수현 작가가 돌아온다. 지난 해 방영된 ‘메이퀸’을 시작으로 ‘백년의 유산’,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황금무지개’까지 오후 10시대 주말드라마 시장을 꽉 잡았던 MBC에게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김수현 작가의 신작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가 9일 오후 10시, SBS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는다. 불과 1주일 전 MBC가 새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를 내놓은 가운데, 김 작가의 ‘세결여’는 이미 고정 시청자를 확보한 ‘황금무지개’의 시청자를 빼앗아야 하는 상황이다. 2년여간 MBC 주말드라마에 밀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SBS가 김 작가라는 강력한 무기로 잃어버린 명예를 찾을 수 있을지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지난 2일 첫 방송을 한 ‘황금무지개’는 2회에서 13.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로 순항 중이다. 이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로 시청률 재미를 봤던 ‘메이퀸’의 손영목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일곱 남매의 인생 여정을 그린다는 기획의도 아래, 인물간의 꼬이고 꼬인 갈등 요소가 제법 흥미롭게 펼쳐졌다. 이야기 소재가 강렬한 탓에 흡인력은 높았다.

아직까지 유이, 정일우, 이재윤, 차예련 등 주연 배우들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초반 분위기는 좋다. 도지원, 김상중, 안내상, 조민기, 박원숙 등 중견 배우와 김유정 등 아역배우들의 활약은 컸다. 배우들의 높은 연기 몰입도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만 납치와 폭력, 고부갈등, 출생의 비밀 등 막장 드라마 단골 소재들이 개연성 없게 그려지며 공감을 사기에는 아쉬웠다. 워낙 빠른 전개 탓에 흐름이 뚝뚝 끊기고, 구성이 세밀하지 못한 면도 있다.
더욱이 손 작가가 전작 ‘메이퀸’에서 도무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갈등 구조로 ‘도돌이표 전개’라는 지적을 받았기에 ‘황금무지개’ 역시 주인공 한백원(김유정, 유이 분)의 고난기가 반복될 우려도 있다. 물론 제작진은 자꾸만 ‘메이퀸’의 아류작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에 대해 ‘구성상 유사점이 있을 뿐, 이야기는 다르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메이퀸’의 그림자를 지울 차이점이 부각되고 있지 않다.
작품의 완성도는 미흡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흥행에는 아직까지 무리가 없는 상황. 이런 가운데 김 작가는 ‘세결여’를 통해 안방극장의 관심사인 결혼을 그린다. 평범한 집안의 두 자매를 통해 결혼관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겠다는 게 김 작가의 ‘세결여’ 기획의도다.
김 작가는 그동안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부모님 전상서’, ‘엄마가 뿔났다’, ‘무자식 상팔자’ 등의 숱한 가족드라마를 통해 가족간의 갈등과 화합을 통찰력 있게 그렸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가부장적인 관점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과 가족의 평안을 우선시 하는 김 작가의 가족 드라마는 언제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두 자매의 사랑과 결혼을 통해 달라진 결혼 세태와 결혼관을 다룰 ‘세결여’가 얼마나 안방극장의 공감을 살지가 관건. 워낙 김 작가의 직설적이고 감칠 맛 나는 화법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는 게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또한 아무리 김 작가라고 해도 막장이라는 강수를 두는 ‘황금무지개’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다.
분명한 것은 김 작가의 ‘세결여’가 등장하면서 2년여간 MBC가 독주한 오후 10시대 주말드라마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김 작가의 관록이 집대성된 ‘세결여’를 볼 것인가, 아니면 고달파서 더욱 짜릿한 성공기를 다룬 ‘황금무지개’를 볼 것인가는 오롯이 시청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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