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15승 토종 에이스투수를 만들어 보겠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올해 페넌트레이스 중 일찍이 내년 목표를 밝혔다. 리그 최강 불펜진과 탄탄한 선발진을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2014시즌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15승 에이스를 배출하겠다고 했다. 덧붙여 차 코치는 “언젠가는 외국인투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투수진을 구축해보고 싶다”고 투수왕국 LG를 바라봤다.
차 코치가 말한 15승 투수 1순위 후보는 류제국이다. 류제국은 2013시즌 12승 2패 평균자책점 3.87로 4년 공백을 극복, LG에 승리를 가져왔다. 한국프로야구 데뷔전이었던 5월 19일 잠실 KIA전부터 승리투수가 됐는데, 이후 LG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승률 85.7%로 류제국 등판이 LG 승리공식이었다. 빼어난 하드웨어에서 나오는 유연한 투구폼과 위기관리능력으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완주했다. 이렇게 류제국은 2002년 미국무대 진출 후 11년 만에 이름 석 자를 다시 야구팬들에게 각인시켰고, 해외파 첫 해 부진 징크스도 깨뜨렸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기준을 데뷔 시즌으로 맞추면 100점이지만, 류제국이 지닌 그릇은 올해 보여준 모습보다 크다. 김기태 감독은 류제국의 공백 기간과 팔꿈치 수술 경력을 머릿속에 넣고 시즌 내내 등판 간격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한정했다. 보통 에이스투수는 화요일과 일요일 일주일에 두 번 선발 등판하는 경우가 많지만, 류제국은 그렇지 못했다. 4년 만에 풀시즌을 소화한 만큼, 이따금씩 투구 밸런스가 흔들려 볼넷으로 허무하게 주자를 출루시키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직구 최고 구속도 자신의 베스트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만큼 류제국은 2014시즌 더 높이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점을 염두에 두면 더 그렇다. 류제국은 계약이 늦어지면서 사이판·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못했었다. 당초 1군 무대 데뷔 예정시기인 6월보다는 빨리 1군 마운드에 섰지만, 큰 욕심을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류제국은 지난 4일 시상식에서 “전반적으로 만족한 시즌이지만, 포스트시즌도 그랬고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아야 내년에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들은 내가 다승왕을 수상하면 시상식에 온다고 하더라. 아쉬움을 간직한 채 2014시즌에 더 잘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류제국은 지난 플레이오프 4차전 구원 등판을 자처했지만,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의 만류로 등판이 무산된 바 있다.
기본적인 기량은 완성되어 있다. 포심과 투심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모든 구종을 구사한다. 특히 커브와 체인지업은 이미 국내 투수 중 최정상급이라 봐도 무방하다. 주자 만루시 피안타율 1할1푼8리로 위기에 강한 강철 멘탈이다. 물음표가 붙었던 동료와의 관계도 느낌표로 바꿔놓았다. 근력과 체력을 향상시키고 등판 내내 투구 밸런스를 유지한다면, 올 시즌 이상의 활약도 충분히 가능하다.
올 시즌 류제국은 여름이 지나면서 더 빠른 공을 던졌다. 9월 12일 잠실 KIA전에서 최고 구속 150km의 직구를 꽂아 넣어 20대 초반의 구위를 재현했다. 당시 류제국은 “오랜만에 150km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두 번 150km 찍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경기에 여러 번 150km를 기록, 빠른 직구를 내 것으로 만들도록 하겠다”고 자신 또한 일찍이 2014시즌을 응시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류제국의 2014시즌 준비는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다. 12월초부터 사이판서 재활 캠프에 참여할 계획이다. 스프링캠프 전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한다. 류제국은 “원하는 게 많지만 서두르지는 않으려고 한다. 일정은 앞당기되 무리 없이 준비하겠다. 정규시즌 첫 선발 등판 때 최고의 컨디션으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잡을 것이다”며 “올 시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선발 등판했다. 포스트시즌에선 3일 쉬고 나가고 싶었는데도 나가지 못했다. 내년에는 이러한 상황이 오면 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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