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은 어느 팀에나 힘든 경기다. 익숙한 홈이 아닌 적지에서 열광적인 홈팬들의 응원과 맞서 싸워야하는 원정은 시작부터 핸디캡을 안는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9일 중국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경기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1차전 2-2 무승부에 이어 2차전서도 1-1 무승부를 기록한 서울은 이날 경기 결과로 합계 3-3을 만들었으나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번 원정은 서울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원정으로 기억될 듯하다. ACL을 치르면서 중국 원정은 물론 모두가 기피하는 '원정팀의 무덤'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까지 섭렵한 서울이지만 광저우는 또 달랐다.

서울 선수단이 입성하는 그 순간부터 광저우는 서울을 괴롭혔다. 광저우라는 도시 자체가 서울에는 악조건이었다. 중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인 광저우는 도로망 부하와 기하급수적인 자동차 증가로 인해 최악의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더구나 경기가 열리는 톈허스타디움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있다. 주변에는 광저우의 각종 대형쇼핑몰과 고급호텔, 빌딩 등이 마천루 버금가는 고층숲을 이루고 있고, 유동인구도 많다. 톈허스타디움 주변의 교통정체는 특히 심해서 드나들 때마다 수십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광저우 특유의 습하고 더운 날씨도 선수들을 힘들게했다. 한겨울에도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광저우의 날씨는 습하고 더운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가 열린 당일도 최고온도 33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서울 선수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광저우 극성팬들의 행패였다. 광저우 팬들은 서울 선수단이 광저우에 도착해 비공개 훈련을 시작한 그날부터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다. 레이저 공격에 손가락 욕, 귀가하려는 선수단 버스를 붙잡고 가둬놓기 등 말 그대로 '행패'가 이어졌다.
광저우 팬들의 열광적인 극성 응원은 경기장에서도 이어졌다. 서울 선수들이 등장하기만 해도, 공을 잡기만 해도 6만여 관중이 내지르는 야유가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정당한 플레이에도 야유가 쏟아졌고 경기장이 들썩거렸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광저우 팬들의 야유는 광저우가 1-1 무승부로 우승을 차지하고 난 후에야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서울은 참 힘든 환경에서 끝까지 싸웠다. 비록 악조건이 서울의 발목을 잡았을지언정,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뛴 서울의 투지는 K리그의 강함을 보여주는 또다른 척도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