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성 꾀돌이‘ 장원삼, 초대박 가능성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1.10 13: 33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이적한 선발 투수들은 대체로 새로운 팀에서 부상과 슬럼프로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잔류파까지 포함해도 FA 계약 후까지 성공한 전례는 ‘송골매’ 송진우 한화 코치 정도 뿐. 현 넥센 수석코치 이강철(2000년 해태-삼성), 이상목(2004년 한화-롯데), 박명환(현 NC, 2007년 두산-LG) 등은 FA 선발 이적의 실패 전례를 남겼다. 오랜만에 나타난 FA 선발 장원삼(30, 삼성 라이온즈)은 전례를 뒤집는 초대박 선발 투수가 될 것인가.
2006년 현대에서 데뷔한 이래 8시즌 자격을 꼬박 채우며 대졸 FA가 된 장원삼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특례까지 누리며 대박 문 앞에 섰다. 동시대를 함께 뛰던 류현진(LA 다저스)에게 가려졌을 뿐 장원삼도 프로 데뷔 첫 해부터 꾸준하게 뛴 모범 선발의 표상이다. 올 시즌까지 장원삼은 8시즌 동안 7시즌을 100이닝 이상 소화하며 통산 213경기 88승65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했다. 주로 선발로 꾸준히 뛴 전형적인 선발 FA다.
투수 분업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데뷔 첫 해부터 맹활약하는 투수들은 점차 희귀해지고 있다. 그리고 선발로 꾸준히 뛰었던 투수들은 매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다보니 내구력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켜 부상을 안거나 부상 전력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송진우 외 성공한 FA 선발 투수를 찾기 힘들었던 이유다. 앞서 언급된 이강철, 이상목, 박명환은 모두 FA 자격 취득년 혹은 그 이후에 부상을 입고 새 소속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케이스였다. 2008년 말 LG 이적이 유력시되었으나 원 소속팀 롯데와 계약을 맺은 손민한(NC)은 결국 FA 재계약 첫 해 어깨 부상으로 전열 이탈했고 4년 계약 만료 이전 롯데서 방출되었다.

이 전례들을 들어 한 야구 관계자는 “FA 시장에서 선발 투수는 사실 믿을만한 가치가 못 된다. 많은 이닝을 꾸준히 소화했던 투수들은 결국 그 이후에 후폭풍을 몰고 오게 마련”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전례들만 참고하면 장원삼의 경우도 위험요소를 지닌 선수. 일단 장원삼의 경우는 데뷔 이래 크게 다치는 일 없이 꾸준히 마운드를 지켰던 선발 투수다.
2009년과 2011년을 제외하고 장원삼은 매년 승수에 관계없이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150km 이상을 던지는 파워피처는 아니고 직구 구속도 평균 140km대 초반 가량이다. 대신 직구-슬라이더의 뛰어난 조합과 제구력으로 타자를 상대한 기교파 투수. 투구 패턴이 영리할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영리한 선수다.
한 관계자는 “장원삼의 경우는 우직하게 밀고 나가기보다 몸 상태가 안 좋거나 할 때는 적당히 조절을 하는 투수”라고 평했다. 아플 때 굳이 무턱대고 던지기보다 컨디션이 안 될 때는 돌아 들어가는 방법으로 타자를 상대했고 훈련도 무리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꾀돌이 스타일.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큰 부상으로 인해 고생하는 일은 없었다. 원 소속팀 삼성은 물론이고 타 구단이 장원삼을 탐 낼 만한 부분이다.
장원삼의 홀짝 징크스도 구단들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대체로 장원삼은 데뷔 이래 짝수해 뛰어난 성적을 올렸고 특히 지난 시즌에는 17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특별한 과학적 논거는 없으나 당장 FA 계약 첫 해 에이스를 바란다면 장원삼은 구미가 당기는 카드다. 그것도 왼손 선발 투수. 삼성 뿐만 아니라 타 팀에게도 군침도는 선수가 아닐 수 없다.
선발 FA 이적 잔혹사. 장원삼도 사람인 만큼 그가 FA 계약 후 4년 간 부상 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고 10승 이상을 꼬박꼬박 채운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그러나 꾀가 넘치는 투구 스타일과 큰 부상을 피하던 장원삼을 생각하면 통 크게 베팅해볼 만한 선수임은 분명하다. 가장 최근 국내 FA 이적 선발 케이스인 박명환은 7년 전 4년 총액 40억원 대박을 맞았다. 장원삼은 얼마나 따뜻한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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