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가 어디서 본 듯한, 안 봐도 눈에 보이는 진부한 전개를 답습하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황금무지개’ 3회는 첫 방송부터 이어진 틀에 박힌 통속 드라마의 구성을 고스란히 따라갔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연결 지어준 일곱 남매의 인생 여정을 담겠다는 큰 그림 아래 선과 악의 대립이 지그재그 형식으로 그려졌다.
‘황금무지개’는 악의 축인 황금수산 강정심(박원숙 분)과 대립하는 김한주(김상중 분), 그리고 정심의 손녀지만 한주 손에 자란 김백원(김유정, 유이 분)의 갈등이 가장 큰 이야깃거리. 한주와 같은 고아원 출신이자 정심에게 멸시당하는 사위 서진기(조민기 분)의 계략으로 인해 백원은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가난한 한주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주가 키우는 양아들 김만원(서영주, 이재윤 분)은 정심의 손자인 서태영(이승호 분)이 김천원(송유정, 차예련 분)을 성폭행하려고 하자 구하는 과정에서 대립했다. 재력을 가진 황금수산과 그렇지 못했지만 선한 마음씨를 가진 한주의 가족들은 명확하게 대척점을 보이고 있다.
물론 황금수산 사람들의 극악무도한 행동과 뒤에서 더욱 악행을 벌이는 진기의 검은 속내는 숱한 통속 드라마에서 본 듯한 촌스러운 구성을 띠고 있다. 아무 이유 없이 못되기만 한 황금수산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아무 이유 없이 당하기만 하는 한주 가족들의 모습도 답답하기만 하다. 완성도와는 거리가 먼 이리 튀어나오고 저리 튀어나오는 갈등들은 드라마에 촌티를 입히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분명히 이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내세우는 선과 악의 뚜렷한 구분은 높은 몰입도를 유발한다. 실제로 드라마가 재밌다는 평가는 상당수지만,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하나 같이 아쉬운 목소리다. 단순한 선악구도는 제 아무리 갈등을 펼쳐놔도 쫄깃한 긴장감 하나 없다. 앞으로의 상황이 궁금하고 기대를 품는 이야기가 없는 진부한 구성은 보면 볼수록 실망을 남긴다. 무엇보다도 지난 해 방영된 '메이퀸'과의 똑닮은 설정과 이야기 전개 방식은 드라마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까지 3회가 방송된 이 드라마는 손영목 작가의 전작 ‘메이퀸’과 유사한 설정으로 인해 아류작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 우려 속에 출발을 했다. 세부 설정은 다르다고 해도 현재까지 사건의 배열만 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드라마. 주인공이 정으로 뭉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진짜 피붙이 가족과 갈등을 벌이고, 해양 전문가의 꿈을 가지고 고난 극복 후 성장하는 과정은 ‘메이퀸’과 ‘황금무지개’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은 날선 잣대에 억울하겠지만, 첫 방송 이후 '메이퀸'과의 선 긋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메이퀸'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따라간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황금무지개’는 박원숙, 조민기, 김상중, 안내상, 도지원 등 중견 배우들과 김유정, 서영주, 송유정 등의 아역배우들의 호연이 볼만한 드라마. 10회 이후로 아역 배우들이 떠나고 주인공인 유이, 정일우, 이재윤, 차예련 등이 가세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손 작가의 전작 ‘메이퀸’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 ‘황금무지개’가 어떤 묘수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올릴까 자못 궁금하다. 제작진이 차별화의 고민은 하고 있는 건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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