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가 공감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이 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농락하는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착하지만 힘이 있는 이야기를 내세우고 있는 ‘사랑해서 남주나’의 착한 드라마를 향한 뚝심은 고맙기까지 하다.
‘사랑해서 남주나’는 인생의 황혼기에서 새로운 로맨스를 꿈꾸는 이들과 좌충우돌 부딪히며 성장해 나가는 청춘들의 사랑, 가족 이야기를 담는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는 가운데 소소한 갈등과 서로를 보듬는 과정이 훈훈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목을 확 끌만한 튀는 전개는 없지만, 그래도 흥미는 잃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12회는 정현수(박근형 분)와 홍순애(차화연 분)가 사적으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발생하며 황혼 애정의 물꼬가 터졌다. 그렇지만 급하진 않았다. 우연히 맞선 자리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여전히 성격 차이를 보였지만, 많은 대화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었다. 현수와 순애의 애정관계는 차근차근하게 그려지고 있고, 이들의 주변인물들의 갈등도 계단을 오르듯 단계를 밟고 있다.

현수의 첫 번째 딸 정유진(유호정 분)은 결혼 후에도 아내로서의 역할보다 여자로서의 역할을 원하는 남편 강성훈(김승수 분)과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유진은 아내로서, 엄마로서 역할에 충실하려고 하지만 성훈은 사랑하는 동반자로서의 유진을 원하며 서운한 감정을 쌓아가는 중. 착하고 장인 현수를 배려하며 어머니가 달라 겉도는 처남 정재민(이상엽 분)까지 챙기는 백점짜리 남자지만 조금씩 눈에 띄는 불안 요소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밖에 현수의 둘째딸 정유라(한고은 분)의 불륜 역시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사랑에 빠졌지만 가족이 반대하고 다른 가정의 평화를 깨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유라의 고뇌는 지극히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다뤄진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갈등 요소들은 눈살을 찌푸릴 만한 가공적인 조미료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극이 전개될수록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재미를 쌓아가고 있는 게 ‘사랑해서 남주나’의 큰 힘이다.
공감할 수 있는 대사와 당위적인 전개는 조용하지만 상승세를 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눈요깃거리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허무맹랑한 전개로 ‘막장 드라마’ 이름표가 붙은 드라마들이 공세를 펼쳐도 ‘사랑해서 남주나’는 착한 드라마로서 방향성을 잃지 않고 있다. 드라마로서 고고한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사랑해서 남주나'를 응원하는 안방극장의 목소리도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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