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도', 패션쇼 무리수? 말 한마디도 지키는 신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1.10 07: 45

MBC 예능프로그램이 불가능할 것 같은 밀라노 패션쇼에 서기 위해 도전을 시작했다. 국내 톱모델도 오르기 힘든 패션의 고장 이탈리아 밀라노에 뚱뚱하거나 키가 작거나 체격적으로 결격사유가 많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의 성공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멤버들이 패션쇼 무대에 오르겠다고 말을 내뱉었다는 게 중요하다.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는 ‘무한도전’의 기본 정신을 느낄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되지 않았나.
‘무한도전’은 지난 9일 방송된 관상 특집 초반과 말미에 장기 특집인 패션쇼 도전 특집의 실체를 공개했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밀라노 패션쇼 도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이 극에 달한 가운데, 제작진은 아직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한 장기 특집의 첫 단추 꿰는 모습을 펼쳐놨다.
장기 특집이 미리 알려지면서, 혼선을 막기 위해 미리 준비한 관상 특집의 분량을 반으로 줄이는 초강수도 했다. 이날 밀라노 패션쇼 도전은 노홍철의 사기에 가까운 말 한마디에서 시작했다. 노홍철은 자신이 매년 패션쇼마다 관람 초청을 받는다고 주장했고, 멤버들은 난해한 패션감각의 노홍철의 의상을 놀려댈 뿐 믿지 못했다.

노홍철은 “내가 개인적으로라도 도전하겠다”고 패션쇼 모델로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한 욕심을 보였다. 이에 김태호 PD는 “전문가로부터 평가를 받자”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멤버들은 패션전문가로부터 밀라노 패션쇼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험준한 과정을 전해들었다. 이미 겁을 먹은 노홍철의 표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말을 내뱉었으니 지켜야 하는 곳이 ‘무한도전’이다.
제 아무리 잘나가는 ‘무한도전’ 멤버들일지언정 쉽지 않은 고행길이었다. 일단 몸매 관리는 필수였고, 일일이 오디션을 보러다녀야 했다.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에이전시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야 밀라노 패션쇼 모델로 활약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는 도전이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바로 ‘무한도전’이 노홍철의 사기행각에 가까운 말 한마디를 대형 특집으로 발전시키고, 말 한마디도 흘려보내지 않는 신뢰의 방송을 보여준 것. 이미 지난 8년여간 말하는대로 수행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거짓말과 지키지 못할 공약이 난무하는 현실 사회와 대비되며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안겼다. 이 프로그램이 유독 충성도 높은 시청자가 많은 것도 약속을 수행하는 멤버들과 제작진의 각고의 노력 덕분이었다.
가까이는 지난 해 방영된 공약 남발 특집 ‘말하는대로’가 그랬고, 알래스카에 있는 김상덕을 언급했다가 알래스카까지 가게 된 유재석의 고난 특집도 그러했다. 노홍철이 중얼거리듯 “개인적으로라도 도전하겠다”고 해서 시작한 패션쇼 도전은 언제나처럼 모든 멤버들이 참여하게 되는 장기 특집으로 판이 커졌다.
작은 말실수를 물고 늘어져서 벌칙을 수행하거나, 사소한 공약을 꼭 지키게 만드는 ‘무한도전’의 운용방식은 정말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밀라노 패션쇼 도전 특집의 원천인 셈이다. 멤버들은 이달 말까지 몸매 관리를 한 후 패션 전문가의 도움 하에 본격적인 오디션을 치를 전망이다. 이 도전이 성공할지, 결국 실패해 아쉬운 표정 가득한 멤버들의 모습을 지켜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깨지지 않을 깊은 신뢰로 보답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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