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우승' 김영권의 복잡한 심경, "서울 정말 잘했는데"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11.10 07: 29

"서울 정말 잘했는데..."
김영권(23, 광저우)의 마음은 복잡할만도 했다. 소속팀이 중국 프로팀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서는데 기여했지만, 그 상대가 얄궂었다.
김영권은 9일 중국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결승 2차전 FC 서울과 경기에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1차전 2-2 무승부에 이어 2차전서도 1-1로 비긴 광저우는 원정 다득점원칙에 따라 서울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 프로팀이 ACL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ACL의 전신인 아시아 클럽챔피언십에서 랴오닝FC가 1989-1990시즌 우승을 차지한 바 있지만 2003년 ACL로 재탄생한 후에는 한 번도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광저우의 감격은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축하연이 계속 됐다. 톈허스타디움은 조명과 불꽃으로 뒤덮였고, 그 가운데는 '리피의 아들' 김영권도 있었다.
김영권은 이날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데얀에게 골을 내주긴 했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며 서울의 공격수들을 꽁꽁 묶었다. 특히 중요한 순간 정확한 태클과 수를 내다보는 판단력으로 광저우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 나타난 김영권은 "상대가 상대인만큼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나라를 떠나 클럽간의 경쟁이라고 생각했고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며 우승에 대한 기쁨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기쁨을 이야기하는 김영권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서울을 상대로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그에게는 감회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무리퀴-콘카-엘케손과 함께 광저우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고 있는 김영권은 "울컥하더라. 여기까지 오면서 힘든 과정을 이겨낸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며 솔직한 심회를 밝혔다.
이날 맞서 싸운 서울에 대해서는 혀를 내둘렀다. 서울 공격진을 상대한 소감을 묻자 김영권은 "1차전 전에 미팅도 하고 비디오 분석도 많이 했다. 그런데 직접 부딪혀보니 다르더라. 훨씬 좋았다"며 "사실 당황했는데 다행히 다른 선수들이 잘해줬다. 1차전 2-2 무승부 덕분에 유리했다. 팀 동료들도 서울이 잘한다고 하더라"며 진심에서 우러나온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까지도 김영권은 "서울이 정말 잘했는데... 비디오로 봤을 때는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공격 패턴도 훨씬 잘 됐다"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클럽간 대결이기에 선택지도, 목표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것밖에 없었지만 친한 선수들도 많은 자국팀을 상대로 뛰어야했던 김영권의 복잡한 심경을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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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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